바다로 가자
그래, 말이 하고 싶은 날엔
바다로 가자
뜬금없이 드는 서러운 생각
넉넉히 들어줄
바다로 가자
가서, 밤 깊도록
하나씩 이름 불러내
사람들 흉이나 보고 오자
도시에서 가져간
부끄럽고 치사한 얘기도
속 시원히 털어놓고 오자
그렇게, 사연 하나에 모래알 하나
일일이 기억하는 바다는
얼마나 많은 모래성을 쌓았을까
아침부터 사나운 바다
밤까지 그런 걸 보니
오늘도 누가 왔다 갔나 보다
말이 하고 싶은 날엔
여기 다 묻어두라고 철썩이는 바다로 가자
(사진 이윤성 @yoonseun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