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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by 김태상

설렁탕


사우디 모바람 맞으며

억척스럽게 벌어 온 돈

돈 냄새 귀신같이 맡는 친구에게

다 날린 사람과 둘이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삼 년 번 돈 날리는 데 딱 열흘 걸렸습니다


남자는 소금도 후추도 넣지 않고

싱거운 숟갈질만 느릿느릿하였습니다

새하얀 국물 같은 그의 눈빛은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해

끝없이 허공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겨울 찬 서리가 창에 가득 어려 답답했습니다


남자의 설렁탕이 하도 맛이 없어 보여

잘게 썬 파를 넣어 주었습니다

날 보며 더니 설렁탕이 다 식도록

남자는 사우디 얘기 하였습니다

그 먼 땅 모래바람이 그리운지

코를 하염없이 킁킁댔습니다


돈 다 날린 노름판에서 개평 받은 돈으로

남자는 그날의 밥값을 치렀습니다

속은 것도 다 제 탓이라던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습니다

식당을 나와 그리운 땅으로 다시 갔는지

그 땅의 별이 된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설렁탕집은

오십 년 전통의 맛집이 되었습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나의 단골 그 집에서

가끔은 오래된 그날의 비애를 달래려

소금도 후추도 파도 넣지 않고

뽀얀 국물의 설렁탕을 먹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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