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이 단어만 바라보았을 때는 사실 그리 어렵게 보이지는 않다.
일반적으로는 있는 걸 다 부숴버리던지 폐기해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철거를 시작하게 되면 채 1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내 귀와 핸드폰은 혼란 그 자체로 잠식되게 된다.
인테리어는 예상외로 공간이 허락하는 자유가 한정적이다.
특히 주변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데,
아파트의 경우 주중 공사 및 관리소 지정 시간대만 공사가 가능한 점
일반 상가의 경우 시간대는 자유지만, 주변 상가와 설비나 전기가 과거부터 묶여있는 경우
지식산업센터 혹은 대형 빌딩의 경우 근처 상가에 의해 소음 공사는 야간만 가능한 경우 (ex:스타벅스 / 사무실 전용 빌딩 경우 등)
이렇듯 생각보다 인테리어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철거'는 사실 작업자 지시는 어렵지 않다. 내가 정확한 공사 범위만 알고 있다면, 단어 그대로
제거, 제거, 제거의 연속이기에 작업 지시의 시간도 짧고 난이도도 굉장히 낮다.
하지만 철거와 동반되는 소음과 진동은 그 어떤 공정보다도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 전체가 울리는 진동, 옆 사람의 말도 들리지 않는 소음 등은 내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특히 공사 안내를 사전에 2~3주 전에 공지했더라도, 수시로 내 핸드폰에 울리는 주변 이웃들의 민원은
하루에 수십 번 죄송하다를 연발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전화만 오면 다행인가. 구청에 신고하겠다던지, 경찰을 부르겠다던지, 세대주를 당장 여기로 데리고 오라던지
혹은 나가있게 호텔비를 달라는 등의 혼돈의 연속이다.
'철거'는 그 자체는 쉽다. 하지만 따라오는 뒤가 너무나 어렵고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자 인테리어의 시작이다.
때문에 이 기간만큼은 난 만인의 마리아로서 모두를 대한다.
마치 한정 특가 세일인 것 마냥 오늘 안 하면 이 상황이 또 벌어진다던지, 한도 없는 자애로 모든 불만을 포용한다던지, 난 날 버려야만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철거를 하게 되면 수많은 민원에 둘러 쌓여진다. 다만 그 많은 분들 중 고함 및 거친 언행 등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정중하게 몇 시에 끝나는지 혹은 이 2~3일만 버티면 나머지는 괜찮을까요라는 조심스러운 질문 등 진심을 다해 내가 미안해지는 분들도 계시기 마련이다.
인테리어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 무엇보다 사람의 역량이 중요시되는 업들 중 하나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 반드시 주관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당연히 민원인들에게 차별 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
정중하게 문의하신 분들에게는 되려
'정말 피해야 하는 시간대가 있으시면 그 시간대는 공사를 잠시 중단해 보겠습니다.'
'철거가 끝난 후 나머지 일정 중 큰 소음이 날 시 미리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등의 개별적인 배려를 제공해 드린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다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공사가 끝난 후 들어오는 상가주인 혹은 세대주의 이미지에 반영된다.
공사 안내 및 강한 소음일정을 2~3주 전에 각 세대 안내 및 게시판 공지를 했음에도
과한 언사를 하는 이웃은 좋은 이웃일리가 없다.
항상 인지하고 실천하자.
내 안의 부정적인 마음을, 찰나의 화남을 '철거'해서 폐기하자.
내가 먼저 긍정적이고, 내가 먼저 친절하면
결국엔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