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Oct 02. 2023

유방암 진단의 충격 : 빠른 수술의 중요성(1)

       

우리는 이란 병을 생각하면 죽음과 연결하게 된다. 나는 현대 젊은이들의 트랜드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한 인물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고 가고 싶을 때, 교통사고나 암이란 병으로 스토리를 끌고 간다. 주인공이 암에 걸렸다고 하면 시청자 대부분은 주인공이 곧 죽겠구나!’라는 가정하에 상상 속에서 보게 된다.

  


   

나 또한 “암” 하면 “죽음의 병”이라고만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도 마지막에 담낭암으로 돌아가셨다. 암 선고를 받으시고 2년 좀 넘게 사신 것 같다. 시아버지께서도 췌장암으로 판정받고 1년 정도 사시다 돌아가셨다.      


아버지 삼우제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니깐 딸이 아팠다.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미루어왔던 국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 후, 2주 정도 지나 검사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본인확인을 한 후, “가슴에 석회가 많아요. 다른 병원에 가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라는 말이 전화기 속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바로 “암인가요?”라고 다급하게 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보세요. 석회가 많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요. 가능한 한 빨리 가보세요.”라며 선명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옆에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왜 그래?”라며 내 표정을 살폈다. 나는 “모르겠어. 딸이 아플 때 건강검진 했는데, 가슴에 석회가 보인다고 하네. 어떻게 하지?”라고 말했다. 남편은 “가자!”라고 간단하게 한마디하고 일어나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나는 “어디로?”라고 대답하며 따라 일어나고 있었다. “병원으로 가야지. 강북 S로 갈까?”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내 얼굴을 보았다. “잠깐만, 우선 동네 산부인과로 가서 유방 초음파를 찍어보자. 병원 여의사가 괜찮았던 것 같아.”라고 내가 말했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짧은 순간이 가슴을 조여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을 경험해 보신 분은 알 것이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사정을 들으신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먼저 찍자고 했다.      


초음파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어때요? 정말 암이에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런 것 같아요,”라며 선생님은 담담하게 대답해 주었다.      


검사 후 진료실로 온 선생님은 “가능한 한 빨리 큰 병원으로 가셨으면 좋겠어요혹시 아시는 병원 있으세요아니면 가까운 강북 병원에 추천서를 써 드릴게요.”라고 말씀하셨다. 


크기가 큰가요?”라고 나는 확인하듯 물어보았다. 

적지 않아요기계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이 정도면 서두르셔야 할 거 같아요.”라며 추천서를 써 주셨다.      

밖으로 나온 나는 남편을 보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물만 나왔다. 남편은 “왜 그래? 암이래?”라며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계속 울기만 했다. 머릿속에서는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인간다운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구나내 아들은 어쩌지아직 너무 어린데내가 지켜야 하는 아인데... 나에겐 그런 권리도 없구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이 와중에도 아들 생각이 가장 절실했다. 힘든 결혼생활 속에서 어렵게 나은 아들내가 많이 울면서 키운 아들몸이 약한 아들착하기만 한 아들뭔가 부족한 아들유일하게 나밖에 모르는 아들항상 내가 지켜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길렀던 아들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강북 S 병원에 전화 예약을 마쳤다. 이때 우리는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남편은 키즈카페로 갔다. 나는 아이들에게 “필러 비즈”를 해주기 위해서 배우러 다니던 학원으로 갔다. 혼자 집으로 간다는 것이 더 우울하게 만들 거 같았다선생님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짐을 정리해서 집으로 왔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큰언니와 통화를 했다. 


언니내가 암이래라고 말하자,  

말도 안 돼나이가 몇인데오진일 거야나도 석회가 많다고 해서 검사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다른 병원 가보면 어때?”라며 언니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예약된 S 병원으로 갔다. 수술 전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MRI와 그 외 여러 검사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나의 실비보험은 2007년에 가입한 것이다. 하루 통원비 한도가 10만 원 밖에 안된다.      

2009년 가족들과 함께 갈아탔어야 했지만, 퇴행성 디스크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변경하지 못했다. 대신 입원을 하면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이런 사정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입원시켜 주셨다     


입원해서 MRI와 조직검사, 피검사, 소변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2~3일 동안 했다.      


조직검사를 하시는 젊은 여의사 선생님은 “암도 크기가 작지 않고유방 전체에 퍼져 있는 조그마한 점들이 다 암일 확률이 높아요이런 경우에는 완전 절제를 하시고 보건 수술을 하시는 게 가장 좋아요그게 깔끔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병에 대한 모든 건 의사 선생님께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 때였다또한 유방암에 걸리면 가슴 절제는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의사의 의견에 모두 수긍했었다    

 



조직검사 결과는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결과 보는 날올 예약하고 퇴원해서 집으로 왔다. 그 일주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기력한 한주였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생과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섰다.   

  

설상가상으로 키즈카페 일을 도와주신 분은 절에 일자리가 나왔다며 그만두셨다. 남편은 키즈카페를 혼자 도맡아 해야 했다. 연말이라 비울 수가 없었다. 사람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남편은 그 당시에 글쓰기 모임에 다니고 있었다. 거기서 내 상황을 말했다고 한다. 모임에 생각 외로 유방암으로 수술하신 분이 여러 사람 계셨다고 했다. 그분들이 수술은 아무 곳에서 하지 말고 조금 늦더라고 많이 해보신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했단다스킬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서울대 병원으로 가자”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서울대 유방외과에 전화해서 와이프가 암이라 예약하고 싶다니깐한 달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단다. ‘그럼그때 만나서 검사 날짜 잡고검사 결과 확인 후 수술 날짜 잡으려면 또 몇 달 걸린다는데 수술은 언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강남 삼성, 아산, 서울대와 같이 큰 병원은 암에 걸려 추천서를 받아서 간다고 해도유명한 선생님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보통 1~2개월은 기본이다특히 유방암은 환자가 많아서 더 길어질 수도 있다이런 경우 수술 날짜까지 몇 달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암 환자로 10년간 투병하고, 4번의 수술을 하면서암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수술이다조직검사로 건드려 놓은 암은 수술 전까지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치료 과정이 달라진다심지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20231002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02화 유방암 환자의 개인적 경험과 선택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