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Oct 03. 2023

유방암과의 싸움 : 정보수집과 자기 대비(2)


살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중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사별의 충격적인 상황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살아있는 사람은 산다”고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또 다른 경우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잘하는 큰 병원을 찾는 도중,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의 사정을 들은 친구는 친한 분이 L 병원 업무과에 있다며 연결을 시켜주었다. 

    

그분은 유명하신 의사 선생님이 계신다며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그분은 나를 친척으로 등록해 주시고 모든 검사를 위한 절차를 준비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나를 가까운 가족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교수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켰고 그분은 자신의 근무지인 업무과로 돌아갔다.

    



교수님은 내 가슴을 만져보시고 걱정 안 해도 돼, 이 정도면 전절제하면 돼. 이쁘게 해줄 테니깐 편안하게 있어. 대신 올 해안에 수술은 해야 해. 늦어지면 안 돼.”라고 말씀하셨다. 밑에 있는 새끼 의사 선생님은 “이번 달에 시간이 없습니다. 모든 스케쥴이 꽉 차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럼, 나 쉬는 날 29일인가? 그날 3시부터 시간이 있어 그때 하자.”라고 교수님은 쉬시는 날까지 반납하시면서 수술 날짜를 잡아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교수님은 유방암 환자의 유방을 만지면 상태가 바로 나온다고 한다. 초음파 사진도 MRI 사진도 필요 없다고 하실 정도로 유방암에는 최고의 권유자 중의 한 분이시다고 했다. 교수님만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말씀해 주었다.      


교수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레지 선생님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끼 선생님은 “교수님은 일부러 심각하게 말씀하시지 않으신 거예요지금 상태가 좋지 않아요어쩌면 겨드랑이 림프샘까지 전이되었을지도 몰라요가슴 전체에 암 조직이 많아요.”라며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나는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바로 “전절제”가 무엇인가를 찾아보았다. 결론은 절제나 전절제나 가슴을 없애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유방 전절제술이란 유두를 포함한 유방 피부와 피부밑의 유방조직(지방조직과 유선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병원에 간 날이 12월 20일 경이었다. 현실은 항상 이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수술 전 빠른 검사가 중요했다.     

 

PET, Bone 스킨초음파, MRI, 유방 맘모톰 등 검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PET 검사와 Bone 스킨은 방사선을 몸에 삽입하는 것으로 최소 3일 이상은 간격을 두고 검사해야 했다시간이 촉박했다입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강북 S 병원은 입원할 수 있었다고 해도 L 병원은 법으로 안 된다며 거절했다.     

암이란 판정을 받은 이후로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검사하러 매일 병원 가는 일도 힘에 부쳤다. 병원은 초행길이라 운전도 서툴렀다.      


한 번은 S 병원 검사지를 가지고 가는데 병원 주차를 위한 줄이 길었다. 약속 시간이 촉박했다. 급한 마음에 차선을 바꾸려다 앞을 차를 박고 말았다. 사정 이야기 후 돈을 주고 사고처리는 간단히 했지만,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검사를 하고 돌아오면 지친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바로 얼마 전에 사들인 반신욕기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반신욕기에 앉아 있으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땀이 흐른다. 흐르는 땀이 유방에 있는 암으로 가면 통증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살이 찢어지고 애이는 느낌의 아픔이랄까졸다가 너무 놀라서 깰 정도였다.      


유방암 수술을 3번하고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이때 반신욕기의 효과가 엄청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마도 나를 살리려고 암이 발견되기 직전에 반신욕기를 구매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암에 걸리기 2달 전, 카페 박람회에 갔었다. 거기서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 의료기기들을 팔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피곤한데 ‘잘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체험했다. 판매자는 이 기회를 놓칠까? 우리에게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인터넷보다는 100만 원 정도 저렴했고, 현금으로 사면 판매가의 50% 할인을 적용해 준다고 했다편백나무로 만들어져 있고신상품이라 망설임 없이 바로 결재했었다.     


처음 1달 동안 사용하면서 이상하게 나만 들어가면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서비스를 받았다. “왜 새로 구입한 것이 온도계가 고장이냐?”며 짜증을 냈었다. 온도계를 교체했는데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아들과 딸에게 사용해 보라고 했다.      


온도계의 문제가 아니었다암이 있는 차가운 몸이 들어가면서 온도가 쉽게 올라오질 못 한 거다. 암은 다른 혹과 달라 열로 인해 사라질 때 엄청난 통증이 온다는 것을 내 친구와 몇몇 암 환자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컴맹이지만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신기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검사를 받으러 다니면서부터 유방암에 대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항암과 방사선호르몬제의 효과와 부작용그 외의 다른 치료 방법들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논문과 의사들의 경험 등을 최대한 찾아보았다.     


나의 철학은 항상 내가 먼저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학원을 운영할 때도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 언제든 내가 수업할 수 있는 체계로 운영했다. 집안에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도 내가 아는 음식과 청소 정도만 시켰다. 택시를 탈 때도 내가 아는 곳을 갈 때만 타고 모르는 길은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런 나는 수술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았다. 모든 걸 공부하고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전문적으로 깊숙이 알지는 못했어도 상식적인 것은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였다.     




검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수술 전 입원 날이 다가왔다. 아이들 걱정에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고 집 안 정리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이게 마지막이면 어떻게 하지유서라도 써 놓아야 하나?” 나는 바로 유서를 내 카카오톡에 써놨다수술하고 눈을 뜨면 지우면 되지만그렇지 않으면 말 한마디 못 하고 갈 것만 같았다.     


20231003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03화 유방암 진단의 충격 : 빠른 수술의 중요성(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