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난, 그래서 넌

아들 결혼식에 바치는 시

by 김종열

어쩌면 난


끊임없이 포기하면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때로는 어려워서

때로는 다른 이를 위한다는

변명을 하면서


그래서 넌


힘듦을 참아 낼 줄 아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밖에서는

합리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관대한 얼굴로

집에서는

엄격함으로 포장한

냉정한 얼굴로

그래서 넌


밖에서나 집에서나

한결같은 얼굴을 가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하기 싫은 설거지를 하고

대충대충 청소기를 돌리고

세상에서 옷을 제일 잘 갠다는 말에 속아서

옷가지를 개키는

억지로 가정적인

남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넌


집 안 일은 도와주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임을 아는

멋진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벙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옷 한 벌 내 손으로 사 본 적 없고

밥 한 끼 내 손으로 하지 않음에도

네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였으니

그래서 넌


사랑할 줄 알고

고맙다는 말을 할 줄 아는

달변가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인지 모른다.

이런 나를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네 엄마가 있기에

그러나 너는


나보다 더 행복한

남자가 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네 옆자리에

지현이가 서 있으니까.


크림트-기대#.jpg 크림트-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