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가 쓴 소설을 읽는다. 넉넉지 않은 두 명의 젊은 여자가 살아가는 얘기다. 좁은 공간을 오목조목 잘 활용하고 이런저런 문제들도 슬기롭게 해결하며 사는 모습이 살짝 애처롭기도 하지만 대견하기도 하다.
재택근무라는 걸 하게 되면서 새 필요함이 생긴다. 공간의 제약도 생긴다. 궁리를 거듭하다가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기로 한다. 그런데 필요 없는 물건이 없다. 이래서 저래서 요래서 조래서 가진 물건들이 다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한 명의 젊은 여자가 말한다. “미니멀라이프의 1원칙이 설렘이 없는 물건은 버리는 거래.” 그렇게 공간을 확보한다. 능동적이 아니라 수동적 미니멀이지만 공감이 간다.
잠시 책을 접고 포털에 검색해 본다. 미니멀라이프 1원칙은 ‘하나 들어오면 하나 나간다.’란다. ‘그래! 하나가 새로 들어오면 설레지 않는 하나를 내보내라는 거겠지’로 생각을 정리한다.
부부가 모임을 하는 자리이다. 맛있는 음식과 이런저런 한담이 즐겁다. 그러던 중 제일 연장자 부부가 집의 크기를 줄여 이사했다고 한다. 사는 공간을 줄인다는 것.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결정 하셨네요, 하니 다른 어려움은 없었는데 집의 크기가 작아지니 그간 붙안고 살았던 물건 중 일부를 버리기가 제일 어렵더란다.
처음엔 뭐 버릴 게 있겠나 했단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산다고 생각했으니. 그럴 것이 이전에 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거의 모델하우스였다. 불필요한 건 전혀 없는듯한. 그런데 아니더란다. 저건 뭐지? 저건 언제 산 거지? 저게 왜 저기 있지? 저건 뭐에 쓰이는 물건이지? 저건 누구 거지? 싶은 수많은 버릴 것들이 있더라는 거다. 미니멀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설레지 않는 물건들이 있더냐고 농담을 던진다. 버릴 것들을 골라내고 보니 모두 설레는 물건이어서, 아까워서,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비싸게 주고 산 거라서, 중요한 거라서 못 버리겠더란다. 그래도 눈을 질끈 감고 내다 버렸단다. 대단하다. 대단한 것 같지 않지만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소설 속 젊은 여자들의 삶은 이런저런 제약으로 인한 수동적 미니멀라이프이고, 모임의 부부는 삶의 후반부를 슬기롭게 설계하는 능동적인 미니멀라이프이다. 젊은이들의 미니멀라이프는 흔히 볼 수 있다. 수많은 원룸이 그런 삶이니. 그러나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미니멀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쓰윽 한번 둘러본다. 우리 집의 풍경도 미니멀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숨어 앉아 숨 쉬고 있는 수많은 그때의 필요들. 과연 필요한 것들이었을까? 누군가가 좋다고 하니, 그 순간 갖고 싶다는 생각에, 필요하다고 착각해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홈쇼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아이쇼핑만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등등의 사연으로 들어와 공간을 차지하고, 필요를 가장하고, 필요할 것이라는 거짓을 애써 숨기며, 숨어있는 필요 없는 필요들.
자본주의 폐해인 과잉공급 때문이라고 해버리면, 인간의 끝없는 욕심, 또는 탐욕이 낳은 과잉수요 때문이라고 해버리면 그만인 걸까??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생활이 미니멀라이프란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최소한으로만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설렘이 없는, 소용이 없는 것들을 버려 버리고 단출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요 없는 필요들에게 내어준 공간을 되찾고서 말이다.
과연 버릴 수 있을 것인가? 쉽진 않을 것이다. 지니고 싶은 욕심, 혹시나 하는 노파심 때문에. 그렇다면 적어도 하나 들어오면 하나를 내보내는 미니멀라이프 1원칙이라도 준수해 보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