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국형 서부영화라는 신선함에 재미도 있는, 잘 만들어진 영화여서 사람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렸다. 그런데 제목이 길어서인가? 통상 ‘놈놈놈’으로 불렸다. ‘척척척’이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을 줄여서 붙인 제목이라는 걸 말하려고 풀어낸 서설이다.
아는척하는 사람은, 뭐랄까? 짜증스럽다고나 할까?
카페에 둘러앉는다.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모든 대화에 다 나서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일을 얘기하면 그건 이렇게 하면 되고, 어떤 사람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살짝 심오한 학문이나 철학적인 얘기에도 해박하기 그지없으신 분. 그래서 귀 기울여 본다. 별거 없다. 일천하다. 자기 확신이다. 그리고 말이 지나치게 길다. 짜증스럽다.
운동을 배울 때의 일이다. 초보라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이렇게 저렇게 하란다. 맞는 걸 가르쳐줬겠거니 하며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 안된다. 더 흐트러져 버린 느낌이다.
사장님이 말한다. 청하지 않았는데 가르치려 드는 사람 말은 듣지 마란다. 자기도 초보인데 더 초보를 보니 반가워서(?) 알량한 실력으로 아는척하는 거란다.
앞에서 연습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 같다. 자세도 좋고 움직임이 부드럽다. 쉬는 시간에 기회를 잡아 몇 가지 물어본다. 고맙게도 잘 가르쳐준다. 그렇게 해본다. 내 몸이 문제인지 가르침이 문제인지 잘 안된다.
사장님이 말한다. 물어보니 대답하는 사람 말도 듣지 마란다. 겨우 앞뒤가 연결되는 중급자란다. 그럼, 누구에게? 딱 봐도 고수인데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 사람. 정중하게 부탁하면 마지못해 조심스럽게 알려 주는 것, 그게 통달한 사람의 가르침이란다.
그런 것 같다. 아는 사람은, 통달한 사람은 아는척하지 않는다. 알고 있으므로. 아는 척은 어설프고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 세상 모든 지식이 인터넷에 모여있어 아는척하기 쉽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꼭 있다. 아는척하는 사람.
잘난척하는 사람은, 음~~~ 좀 재수 없다는 느낌?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듯이 구는 사람. 어떤 지위에 오르니 한껏 젖히는 사람. 뭐라도 된 듯 설치는 사람. 뻣뻣하고 거만하게 구는 사람 등등. 대놓고 잘난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더 재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아닌척하면서 은근하게 잘난척하는 사람이다. 겸손한듯한데 우월감을 숨기고 있는 사람. 옜다 너 먹으라는 느낌의 친절을 베푸는 사람. 조금 낮은 곳에는 함께하지 않으려는 사람.
정작 잘난 사람은 잘난척하지 않는다. 잘났으므로. 잘난 척은 깜냥이 되지 않은 못난이들이 하는 짓이다. 그런데 꼭 있다. 이렇게 잘난척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