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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가족사진 16화

척척척(2)

by 김종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유명한 노래의 가사이다. ‘척척척’이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을 줄인 거라는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려나? 싶어서 풀어놓는 서설이다. 어쨌건 계속해보겠습니다.

있는척하는 사람도 있다. 같잖게도.

재산이나. 인맥이나, 권한이나,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대단하게 여기고 존중할 것 같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사람은 귀신같이 그 허세를 알아차린다.

당연히 있는 사람은 있는척하지 않는다. 실제로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니 있는 척은 겉멋 부리는 허풍쟁이가 하는 짓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런 사람도 은근히 많다.


다른 사람의 얘기일까? 나는 그런 적이 없었을까? 나는 척하는 사람이 아닐까? 놉. 얕은 지식으로, 잠시 기억하는 책의 내용으로 아는척하기도 했고, 알량한 지위에 기대어 아닌 듯 잘난 척도 했고, 한 줌 쥔 것으로 있는 척도 했을 것이다. 남의 ‘척척척’처럼 내 ‘척척척’도 짜증스럽고, 재수 없고, 같잖았을까? 당연히 그랬겠지!

그래서 굳이 변명거리를 찾아본다. 어떻게 척하지 않고 살 수 있냐고?

아는 척 대신에 모르는 척, 잘난 척 대신에 못난 척, 있는 척 대신에 없는 척도 하지 않냐고? 그리고 이외도 수없이 많은 척을 하면서 살지 않냐고?


민망한데 아무렇지 않은 척, 웃기지 않은데도 웃는 척, 그다지 슬프지 않은데 슬픈 척, 더 심하게는 우는 척, 누군가의 행운에 기쁜 척, 뭔가를 얻고자 불쌍한 척이나 절박한 척, 꾀병을 부리고 싶어 아픈 척, 반대로 아픈데 걱정시키지 않으려 괜찮은 척, 그저 그런데도 맛있는 척, 곤란해서 못 들은 척이나 못 본 척, 먹었는데 안 먹은 척, 안 먹었는데 먹은 척, 했는데 안 한 척, 안 했는데 한 척, 예쁜 척, 멋있는 척, 부끄러운 척, 무서운 척, 센 척, 약한 척, 좋은 척, 싫은 척, 이런 척, 저런 척, 그런 척, 기타 등등의 ‘척척척’들.


척하는 건 내가 품고 있는 진심을 숨기고 다른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척 저런 척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이중인격자이고 위선자인가? 아니면 민낯으로만 살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고 연기하는 것인가?


악의의 척은 전자일 테고 선의의 척은 후자일 테지. 그러고 보면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한 연기자가 아닌가? 무슨 무슨 척을 척척 잘도 해내니. 그래서 사람들이 배우를 좋아하고 열광하는 건가? 아무튼


척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척. 해야만 하는 척, 그래야만 모두가 편안해지는 선의의 척은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러나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 같은 건 제발 하지 말고 살자. 아름다운 사회를 위하여. 나 하나의 적은 노력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니.

사족 한마디. ‘놈놈놈’을 만든 감독이 누구인진 몰라도 ‘아는 놈, 잘난 놈, 있는 놈’으로 ‘놈놈놈2’를 만들면 어떠려나? 싶기도.


에곤실레-자화상.jpg 에곤실레-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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