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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gO 레고 Jul 27. 2022

나의 대안학교 이야기

첫 글을 쓰면서

내가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대안학교를 다녔던 언니가 하교를 한 뒤 해주는 일상 이야기를 들어가며 작은 관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 작은 관심이 큰 관심으로 커져갈 즈음. 대안학교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후 지인들의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가 사회에서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라는 틀에 박힌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안학교는 물론 일반학교와 다르다. 하지만 결코 틀린 학교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를 지원한 후에도 계속해서 이 결정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혹시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학교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입학 후에 고민하고 걱정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잘 지냈다. 


학교 생활이 좋지만은 않았다. 우선 과제의 양이 많았고, 학교에 붙자마자 코로나가 터지다 보니 적응하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그 안에서 했던 활동들이 나의 성향과 잘 맞으며 학교 규모가 작아 모르는 친구가 없었고, 그만큼 돈독해질 기회 또한 많이 주어서 좋았다.






앞으로 올릴 글들은 내가 다녔던 대안학교에 관한 내용이다 굳이 밝히자면 주인공은 대안학교가 아닌 '나'다 철저히 나의 이야기이며, 경험이다. 대안학교는 주인공의 주 무대이자, 배경이다. 이 글을 이해하기에 있어서 우선은 대안학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등을 말이다.


대안학교는 기본적인 학습을 하는 데 있어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수업이 많다. 몸과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서로 간의 소통이 우선시 되는 활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대안학교에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요소는 과목의 다양성에서 온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대표적으로 학생들의 재능을 꽃피워 줄 수 있는 양궁, 필라테스, 댄스 독서클럽, 러시아어, 라틴어, 중국어, 헬라어. 일본어, 동화책 등 이름만으로도 색다른 수업이 있었다. 또 여러 과목만큼이나 여러 곳을 여행케 하여 보다 넓은 세계를 겪게 해주는 대안학교만의 특색들이 있었다. 

 

여러 과목들을 배우고 많은 곳을 누빌 수 있는 대안학교에서도 단점은 있다. 입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대안학교는 부족하다. 성적을 잘 관리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을 몰라 불안해하고, 대학 진학에 있어서 불리해 다른 학교보다 입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안학교 입학 과정이나 교육과정, 일반학교와 차이점 등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연재할 것이다.

이 글이 대안학교를 깎아내리는 게 아닌 대안학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기 전 글을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쓰는 용어들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용어들은 다른 대안학교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더 이상 단편적인 단어로만, 한정적인 정보로만 대안학교를 접하거나, 좁은 시선에 갇혀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멘토: 선생님 


사전적 의미로는 현명하고 동시에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님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한테 멘토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쌤들 별명이 있었기 때문에 별명+쌤 을 더 많이 쓴다. 거의 선생님들이 '너네 멘토쌤 누구지?' 할 때만 쓰인다.

멘토링: 멘토링이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하여 지도와 조언으로
그 대상자의 실력과 잠재력을 향상하는 것 또는 그러한 체계


-하지만 경험한 바로는 크게 도움된 점은 없었다. 딱히 불량학생은 아니었지만 어른 한정 낯을 심하게 가리는 덕분에 뜻밖의 걱정(어른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아이라는 생각을 하셨다.)을 받아 다른 학생들이라면 50분 수업에 10분에서 20분 정도로 약 네 명은 하지만 나는 혼자서 50분을 썼다.

멘티: 학생 

-사전적 의미로는 지도 또는 조언을 받는 사람을 '멘티'라고 한다. 하지만 멘티님들~ 하고 부르진 않는다. '너네 누구 멘티지?' 할 때만 쓰인다.

소명지기: 학생회장.

 -중등 두 명, 고등 두 명으로 총 네 명. 일반학교에서는 거의 부회장 한 명 회장 한 명이지만 우리 학교는 중등 두 명 고등 두 명으로 총 네 명이다. 아무도 지원을 안 할 것 같지만 할 사람은 다 하고 될 사람은 된다. (될 사람이 되는 이유가 전에 친구가 후보로 나갔을 때 실수로 홍보기간을 넘어서까지 홍보를 해 재투표를 했지만 재투표 전과 후 결과는 같았다.)

청어람: 학생회 

-청출어람에서 따온 말이다. (학교가 좋아하는 말이라 전 건물 급식실 이름도 청어람 홀이었다.) 문화팀, 외부교류팀, 생활팀, 예배선교팀으로 총 네 팀이 있다. 굳이 설명하자면 문화팀은 주로 이상하고(또라이도 문화팀 2년 하다가 지금 중등 문화팀장을 하고 있다.) 창의력이 대단한 사람이 가고, 외부교류팀은 상냥하고 활발한 사람이 많이 간다. 생활팀은 교복 셔츠를 끝까지 잠그고 깐깐한 사람이 많이 간다. 하지만 본인들한테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예배선교팀은 노래 좀 한다 싶은 사람이 많이 간다. 신앙심이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흔히 말하는 교회 오빠나 교회누나 바이브가 대박이다.

섬김이: 학급회장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뽑히지 않는다. 우리 학년 같은 경우는 남자 수가 여자에 비해 훨씬 적어(비율로 하면 1:2) 남자들은 거의 반 강제로 나가게 되었다. 섬김이를 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 학년을 이끌어가는 자리에 자진해서 올라간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섬김이를 해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규칙과 법도의 중요성과 선생님의 역할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한다. 음. 다시 생각해봐도 하고 싶진 않다.

n학년: ex) 7학년, 8학년 등.

-미국식으로 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반학교를 다니는 친구에게 이야기하기 상당히 많이 대박 많이 불편하다.


두레: 조별과제나 프로젝트 팀

-사전적 의미로는 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이라고 한다. 왜 두레라고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농사짓는 거 아니다. 조별과제를 하는 것뿐이다. 한 반에 인원이 적다 보니 아주 가끔 1학기 때와 2학기 때 특정 과목 두레 인원이 한 명도 바뀌지 않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대표적으로 약 빤 조로 불렸던 야발(욕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가인의 아들이자 목자들의 조상이 야발이다.)이 있다. 

경청, 순종: 성령의 열매 중 이 두 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반 이름

-경청반은 1반이고 순종반은 2반이다. 이것도 학년과 같이 일반학교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매우 불편하다. 시험 볼 때는 1반 2반으로 적게 하면서 반 이름을 굳이 이렇게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

소나무: ‘소명을 나누는 무리들’이라는 국어 과제 

-필독서를 읽고 질문에 답을 쓰는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기독교 관련된 것이 많다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친구가 베끼면 8점이 깎이고 친구 것을 베끼면 16점이 깎인다. 작년에 서로 베끼고 베낌 당해 8학년 전체의 점수가 깎인 적이 있다. 나도 친구가 반 문장 베껴서 B+로 내려갔다. 

연합예배: 분기에 한 번씩 드리는 예배 

-기독교 학교라 예배를 자주 드렸다. 분기에 한 번씩 학교 끝나고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끝나고 남은 시간에 놀라고 하시는 선생님이 있고 자습을 시키는 쌤이 있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자습시간에 잤다. 

통합 답사: 2박 3일 동안 가는 현장학습

-이 얘기는 너무 길어 다음에 에피소드로 풀어내도록 하겠다. 

배움과 섬김: 동아리 같은 활동

-이것도 할 얘기가 많아 다음에 에피소드로 풀어내도록 하겠다.

매듭: 시험기간. 

-한 학기를 매듭짓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른 애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매듭이라고 잘 안 불렀다. 이것도 일반학교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굉장히 힘들다. 

아람 나눔: 성적표

-일반 성적표와 양식이 약간 다르다. 대안학교인 탓에 성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가끔 아람(줄여서 아람이라고 부른다)에 시험 점수를 써넣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아빠가 내 아람에 적혀있는 시험 점수를 보고 내 엉덩이를 걷어찼던 적이 있었다.

성찰 아람: 한 학기를 돌아보면서 적는 자기성 찰지

-성찰하라고 시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쓸 내용이 없는데 길게 쓰라고 강요하는 것과 검사를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마지막까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사실대로 써서 내면 퇴짜를 맞았다. 그럴 거면 왜 쓰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낮은 울타리: 교칙을 나타내는 것. 

-아담이 선악과를 먹어 위험해지는 것을 선택했듯이 안전하게 지켜주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지만 선택하여 넘지 않는 것. 한마디로 자의로 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잘 안 잡는다. 억지 부리는 것도 있다. 탈색 금지인데 탈색을 하는 선배나 후배들이 많았고 교복 규정을 잘 안 지켰다. 스마트폰 금지인데 전 학년이 거의 다 공폰을 들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때 항상 말했지만 이럴 거면 낮은 울타리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

공의 회복: 교칙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것. 몇 가지 단계가 있고
3번 또는 5번 어길 시 퇴학이다.

-몇 주에 걸쳐 상담, 묵상, 봉사 등을 무조건 해야 한다. 교칙을 잘 안 잡는다. 근데 교칙을 제일 잘 지키던 어린양 같은 우리 학년을 꾀어 자백을 받아낸 후 강행한 일이 있었다. 나는 다행히도 3단계로 낮은 단계였지만 잘못한 게 없지만 정의감으로 항의를 넣은 친구들이 1단계가 되었다. 그때가 8학년 2학기 마지막 날, 내가 학교를 오는 마지막 날이라 친구들과 놀러 가기로 했지만 무려 한 시간 반 정도 늦어져 별로 놀지 못했다.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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