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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gO 레고 Jul 27. 2022

이상하고 아름다운 인물사전



대안학교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닐까? 


내가 다니던 대안학교는 스트레스를 많이 주었다. 성적에 대해 압박을 주진 않았지만 일반학교보다 과목이 많은 탓에 과제는 배가 되었다. 3시에 자야 일찍 잤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대안학교의 성적표는 내신에 들어가지 않아 우리는 대학 면접을 볼때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과 수행한 과제로 스스로를 증명하다보니 더더욱 열심히 했다. 당연히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그 애들은 방송으로 이름이 불려 공개적으로 수모를 당하고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끌려가 공부를 하다가 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앱으로 한강 온도를 체크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빈말이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다는 아니지만, 다니던 학교생활이 힘들어 한강에 언제든지 뛰어들 마음이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선배 중에 한 명은 학교 옆의 천에 뛰어내린 적이 있다고 교장 선생님이 전해 들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명백한 자살 시도였다고 했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재빠르게 신고한 덕에 목숨은 건졌다. 일주일 후에 그 선배가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다시 등교했다. 그 이후론 별일 없이 지냈고 졸업할 때까지 잘 다녔다고 했다. 



경험 상, 그 선배는 이 학교 내에 친한 친구가 없었을 거라 확신한다. 내 동기들도 자주 한강 온도 체크를 확인은 했지만, 단 한 명도 실행에 옮긴 친구는 없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힐링했고 분명 그것은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대안학교 친구들 대부분은 스킨십을 좋아했다. 남녀 사이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너희는 왜 이렇게 성에 대한 인식이 없냐'며 뭐라 하시지만, 애들은 대부분 '손잡고 껴안는다고 애라도 생기나' 하면서 더 들러붙는다. 근데 사귀는 건 아니다.  너무 편한 나머지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생리 주기를 아는 경우도 있었다. 


물건을 잘 공유한다. 특히 겨울에 더 그랬다. 겨울에는 여자애가 남자애 후드 집업을 입고 있는다던가 남자애가 여자애 담요를 가져간다던가 물통을 같이 쓴다던가 양말을 빌린다던가 치약을 같이 쓴다던가 가글을 같이 쓴다던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안학교 인물들을 크게 둘로 나눠보자면 완전 아싸와 완전 인싸로 나뉘며, 중간은 없다. 내 경험상 아싸들은 인싸 들보다 성격이 좋지 않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싸들은 인싸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데 당연히 잘 안 껴준다. 예를 들자면 청소할 때 그곳을 쓸어야 하니 잠시 비켜달라 하면 비키진 않고 앞에 자리에 종이를 갈기갈기 잘라 버린다. 갑이 아닌 것들이 갑질를 한다. 나는 인싸 무리였다. 쉬는 시간에 가끔 잘 때 빼고는, 항상 친구들이랑 붙어있었다. 인싸 들은 대부분 성격이 좋았다. 말도 친절하게 하고 항상 학교 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애들이었다. 주로 같이 다니는 무리가 있지만 반 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동기랑, 후배랑, 선배랑 스스럼없이 같이 어울리곤 했는데, 나는 낯을 많이 가려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진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내 기억 속에 강한 임팩트를 남긴 인물들이 몇몇 있다. 아마도 이 인물들은 내 머리속 대안학교라는 폴더에 영원히 저장될 것이다.

또라이 [출처] 내 손


첫 번째 인물은 '또라이'다. 개구리같이 생겼다. 기타를 끔찍히 좋아했다. 기타에 미쳐 초점 없는 눈으로 기타를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중얼거릴 정도였다. 기타랑 결혼할 것처럼 했던 애였지만,  동급생 중 첫 번째로 (인간과) 짝사랑에 빠진 애였다. 자기 자신은 티를 안 내는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 모두가 알았다. 공부는 잘했다. 아이들이 뭔가 가르쳐 달라고 할때, 또라이는 귀찮다는 듯이 거부했다. 이런 불친절함이 보일때는 싸가지가 없어 보였지만, 의외로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경우도 많았다. 눈이 안 좋은데 뒷자리에 앉은 나한테 자리를 양보해준다던가, 야외수업 때 추위를 느껴 떨고 있을 때 담요를 덮어준다던가, 손시려우면 가져가서 따듯하게 해 준다던가. 자기 누나한테 배워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얘는 사랑을 많이 받고, 그만큼 보답을 할 줄 아는 딱 동생 스타일이다'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날 놀리는 걸 좋아한다. 내가 쩔쩔매는 걸 즐긴다. 치대는 걸 좋아하고 은근 섬세하다. 옷을 좋아하는데 옷걸이도 좋았다. 나는 이 친구에게 종종 옷을 사주곤 했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행동대장이었다. 은은하게 여우짓 하는 게 있어서 또라이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여자들을 많이 울렸다

개또 [출처] 내 손가락

 

다음 인물은 개또. 후배인데 좀 싸가지 없었다. 진짜 이런 애는 처음 봤다. 같은 조였는데 갑자기 친한 척하면서 내 필통을 함부로 가져가 구경하더니, 자기한테 주면 안되냐고 우겼다. 당연히 안된다고 하며 돌려 세웠는데 나중에 보니 필통이 없어졌다. 개또가 가져간 것이었다. 더 화나는 일은 내 필통에 낙서까지 했다. 친구들은 개또에게 뭐 하는 거냐며 나 대신 화를 내 주었고, 끝내 사과를 하지 않은 개또는 우리 학년 한데 찍힌 뒤 잠잠해졌다. 나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양아치 근성을 죽이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 아이가 내 속을 긁을때마다 고비였다. 비슷한 이유로 안만나고 있는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보다 얘가 더 짜증나서 기억에 남는것 같다.

콜리 [출처] 내 손


콜리. 위 그림과 같은 표정을 유지했다. 항상 여자애들 사이에 껴있었다. 탈색 금지인데 머리색이 초록색이다. 운동할 때 갑자기 머리를 휘날리며 니트조끼를 벗어던지더니 넥타이까지 푸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별로여서 뭐 저런 애가 있나 싶었지만, 다른 애들 눈에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보면 항상 섬김이(반장)를 하는데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대체적으로 매너 없는 모습이 많이 보였지만, 한번은 내가 급식실에서 학생들로 둘러싸여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구제해 준 적은 있었다. 

콜리는 머리색 만큼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웨이 [출처] 내 머리


웨이. 겉모습과는 달리 귀여운 성격을 갖고 있는 선배다. 패션쇼를 하려고 학교에 오는 건지 모르겠다. 입는 걸 봐도 겁나 비싸 보이는 유니크한 바지에 한정판 신발을 막 신고 다녔다. 반뿔테 안경을 꼭 쓰고 다니는데 약간 너드남, 진정한 학교 선배 느낌이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좀 멋있는 구석은 분명 있었다. 맨날 나만 보면 Y야 안녕? 이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Y는 언니이름이기 때문이다. 장난으로 한 말인것은 알지만 정말 나한테 왜그러는지 모르겠다.


언니와 언니 썸남 [출처] 내 영특한 머리


언니 썸남이다. 연예인으로 치면 '양세종'하고 느낌이 제일 비슷하다. 성격을 보면 또라이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항상 언니랑 붙어 다녔다. 언니 졸업앨범에는 둘이 밖에서 얼굴을 마주치면서 얘기하는 사진도 있다. 키가 좀 작은 편 (이라고 언니가 우긴다. 평균 키인 것 같은데...) 근데 우리 학교에서 이 정도면 키는 좀 작아도 된다고 본다. 엄청 못생겼었는데 살을 확 빼고 갑자기 잘생겨진 전형적인 남주상이다. 살을 빼려고 밀가루 금식을 했다고 한다. 좀 독한 성격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잘 삐지는 것 같고 사람 놀리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P 선배 [출처] 내 손가락


P선배. NCT 도영 닮았다. 상당히 내 취향이다. 친구에게 잘생겼다 말한 뒤부터 이 선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몸이 진짜 약하다. 정말 야위었다. 다리 두께 보고 '저 선배는 팔로 걸어 다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좀 음침해서 잘생긴 빌런 같은데 성격은 다정했다. 체육 대회 때 같은 팀이었는데 뭔가를 강요하지 않고 후배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좋은 선배였다. 8학년 때 바로 앞반이어서 창문으로 보는 낙이 있었다.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끄적였는데 뭘 적는지도  확인해 보지 못했다.  뭐가 빼곡하게 써있긴 했다. 말도 별로 없었고, 대부분 혼자 다녔다. 

2학기 때 자퇴했다. 내가 학교에서 느꼈던 낙 중에 하나가 사라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몸이 너무 약한 선배여서 혹시 죽은건 아닐까 걱정을 했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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