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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오이 Aug 11. 2022

초등학교 4학년이 좋아하는 계절

초등학교 4학년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바로 겨울입니다.

한 반에 22명으로 구성되는 총 4개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입니다.

겨울을 좋아한다는 비율은 60%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럼 제일 적은 선택을 받은 계절은 무엇일까요?


봄입니다.



놀랍게도 봄이 좋다고 선택한 아이들은 단 5명뿐이었습니다. 총 88명 중에서 단 5명이라니 이건 좀 충격적인데요^^  이 통계는 '모서리 토론' 과정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모서리 토론'이란 주어진 네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같은 선택을 한 친구들과 그룹을 이뤄 자신들의 근거를 강화시켜 나가는 토론방식입니다. 찬반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지는 기존의 토론방식과는 달리 네 가지 선택지가 가능하다 점에서 좀 더 다양한 논리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방식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럼 아이들이 왜 겨울을 좋아한다고 선택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아이들이 겨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시원해서라고 합니다. 처음엔 이것이 여름에 진행한 수업이니더위에 지친 아이들의 보상심리에 가까운 짓궂은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교실의 에어컨은 정말 시베리아 같았거든요. 자녀들을 키우신다면 여러분도 한번 물어보세요. 생각보다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 밖에도 따뜻한 이불에 누워 귤 까먹는 재미가 있다, 겨울엔 좀 더 멋진 패션의 옷을 입을 수 있어서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


제 생각에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추위에 강하고, 유독 더위에 약한 것 같습니다.

잠시 주관적인 논리를 펼쳐보겠습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영양학적 기준에서 보면, 비만인 아이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예전의 기준점을 어디쯤에다 놓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 어릴 적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겠죠.

아이들의 체성분 검사표를 보면 확실히 체지방률이 높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신체적으로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를 돌려, 이쯤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말씀드리자면,


여름입니다.



왜 여름이냐고요? 제가 어렸을 땐 여름에 더 놀거리, 먹을거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냐면, 우선 수영, 민물낚시가 있겠습니다. 2개밖에 안되는데 뭘 그리 많냐고요? 저 2개에서 파생되는 놀이들이 엄청 많았거든요. 수영만 보자면 제일 먼저 순위결정전, 다이빙, 숨 오래 참기, 잠수해서 특정 물건 건져오기, 물속 바위를 성삼아 공성전 펼치기, 물탕 튕기기 싸움 등 이루 말할 수 없고요, 낚시만 해도 꺽지 낚시, 밤엔 메기낚시, 지렛대와 반두로 고기잡기, 수경 쓰고 반두로 물고기 뜨기, 작살질 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물에서 놀았더랬죠. 저 2개의 놀이를 하는데 먹거리들이 빠질 수 있나요. 뭐니 뭐니 해도 한창 과육들이 익어가는 계절 아니겠습니까. 그 시디신 자두에서부터 - 아직 빨갛게 익기도 전에 그 노르스름한 빛깔을 띨 때부터 거의 다 따먹었더랬죠 그때에는 자두가 다 익으면 빨간색이 된다란 개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옥수수, 감자 - 감자에 설탕과 고추장을 올려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죠 - 살구, 오디, 머루, 다래 등 먹거리들이 지천에 널렸더랬죠. 낚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낚시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 결과물로 물고기들이 따라오니까요.  이틀이 멀다하고 매운탕을 끓여먹었습니다. 이게 또 재미있는 것은 자기 집 매운탕 외에도 옆집, 위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많아서 저마다의 어머님이 발휘하시는 각양각색의 레시피를 즐길 수 있었죠. 게다가 가끔은 천렵도 나가곤 했으니까. 여름은 늘 잔치 같은 계절이었습니다. 


오늘 왜 이런 얘기를 꺼냈냐면요. 선호하는 계절에 대해 저는 정서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반면, 우리 아이들은 굉장히 본능적, 생물학적 기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특히 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라고 했습니다. 먼지바람을 아이들이 엄청 싫어하더군요. 황사와 산불을 생각 이상으로 끔찍해 했습니다. 가을에 대한 답도 봄과 비슷하게 나왔는데요. - 물론 봄보다는 나았지만 - 아이들은 아직 가을의 낭만을 느끼기엔 연륜과 경험이 부족한가 봅니다.^^ 한창 정서적 발달이 요구되는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확실히 너무 많은 열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라다간 정말 가을 낙엽의 정취와 우수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가슴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둘러보면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누구의 책임이라기 보단 세상이 너무 빨리, 많이 변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외면된 이 여름을, 그리고 봄과 가을을 어떻게 찾아오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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