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웃어주면 그만일 뿐

by 긴오이

매일 아침

아내는 흡입기로 첫 호흡을 튼다

천식과 갑상선 저하증으로

약봉지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나는 늘 아내가 허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날도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며

냉한 팔의 상태와 기저질환의 연계에 대해

아내는 날씨예보 같은 브리핑을 쏟아냈다

몸살처럼 내일은 젖은 비가 내릴까

하지만

다음날 오후, 아내는

맑게 갠 김밥 세 줄을 호딱하고 말아냈다

올라가지 않다던 그 팔로

스텐볼 그릇을 억세게 쥐고

밑간 한 밥을 고슬고슬 비비던 그녀는

어쩌면 허약한 사람이 아니라

다만 겁이 좀 많은 사람,

딴딴하니 말아진 김밥처럼

혹은 힘 있게 움켜진 주먹밥처럼

곧고 강건한 사람이

더러 저를 보아달라고

밥알처럼 걱정과 불안들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곁에서

내가 주워 먹으면 그만일 뿐,

이제는 좀 괜찮은가 보네

잠시 웃어주면 그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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