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처럼 쉬고 있는

by 긴오이

자고 있는 너의 얼굴을 본다

내면은 잠시 다른 공간으로 놀러 가고

빈 방처럼 쉬고 있는 너의 얼굴을 본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너의 얼굴은

오히려 텅 비어 깊고 맑구나

그리고 조금 주름졌다

나는 비스듬히 그 빈 얼굴을 들여다보다

하마터면 실없는 고백을 떨굴 뻔했다

그것은

빈 것들이 가지고 있는 힘

빈 얼굴의 비어있음이 나를 끌어당기고

또 나는 순순히 끌려가며

오랜 아집과 독선들도

연하게 부드러워지고

청춘이 아닌 내가 청춘처럼

어떤 소회를 마침 뱉으려던 찰나였나 본데

나는 그야말로 새삼스러운 충동에 놀라

서둘러 빈 말들을 주워 담으며

빈 얼굴은 빈 얼굴로 남겨두기로 했다

주책맞은 말들은 지우고

잠시 나도

나를 비우기로 했다, 비우며 주름지며

채워가는 것들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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