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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l 16. 2016

사랑한다면,

서로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랑, 듣기만 해도 달콤하고 감미로운 단어다.


여름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지난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눈빛에 얽혀 지난날의 그대까지 사랑하노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그때의 마음을 잊은 채

상대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한다.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상대가 구속하지 않기를 바라고, 묻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상대를 정말 사랑한다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은 구속도 집착도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모든 것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적어도 사랑한다면, 연인이라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각각 다른 개체,

그리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프라이버시.

하지만 그렇게 개인성을 강조한다면, 굳이 연애를 할 필요가 있을까?

기다리고,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말고 혼자 살아가기를 바란다.


물론 각자에겐 각자만의 삶이 있고,

그들만의 프라이버시가 존재한다.

하지만 연애를 한다는 건 상대방과 조율하여 하나의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상대도 상대가 원하는 삶을 살지만, 서로 공유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상대가 내 행동에 대해 기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까지가

연애 중인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범위이다.


이를테면 연애 전만 해도 나는 이성친구가 많았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나의 연인은 이성친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만나지 않아야 한다.


사랑한다면,

설득시키려 하지 말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믿는 것보다 중요한 건

믿음이 가게끔 행동하는 것이다.


"그냥 친구일 뿐이야. 아무 감정 없어."


그렇다면, 쿨하게 끊어내라.

동성친구들도 함께 모이는 자리에 가끔 만나는 것을 제외하곤,

사적인 연락이나 만남은 자제하라.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을 왜 굳이 '현재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만나려 하는가?


한참 잘못 생각했다.


연애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몇 번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왜 말 안 했어?"


"네가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말 안 했어."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여러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말을 안 했다.


상대방이 안 좋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상대가 안 좋게 생각한다는 걸 알면서도 몰래 행동하고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라면,

그것은 상대를 기만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사랑일까?


속고 속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끔 혼자 생활하는 것이 맞다.

내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행동을 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또 얼마나 내가 싫어하는 행동들을 하고 숨겼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점점 나는 그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다.

한편으론 지금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랑, 그리고 연인.

듣기만 해도 감미롭지만, 한편으론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삶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론 상대의 흠을 감싸줘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몇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성별조차 다른 남과 여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토록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나는 이제 그에게 상처받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아직 젊고, 소중하니까.



힘들고 확신이 서지 않는 연애를 하고 있는 당신들에게.

쿨하게 그만두세요.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사랑하기엔 당신의 삶이 너무 아깝습니다.

조만간 당신을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대, 너무 상심하지 말고,

훌훌 털어

훨훨 날기를.  


사랑은 아프고, 상처받는 것이 아닌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어야 합니다.

적어도 연애를 할 때만큼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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