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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배 Sep 21. 2022

나비바늘꽃(가우라)

나비처럼 춤추는 발레리나

                                

네 장의 꽃잎과 긴 꽃술, 마치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긴 바늘 입을 쭉 내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가냘프고 긴 꽃대에 달려 춤을 추고 있는 꽃, 언뜻 나비가 앉아 있는 듯, 나비가 바람에 흔들리며 않아 꿀을 빠는 듯, 나비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합니다. 금방이라도 꽃이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이름이 바늘꽃인 이유는 꽃잎 뒤로 가늘고 길게 자란 씨방의 모습이 뜨개질할 때 사용하는 대바늘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바늘꽃과 가우라 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흰꽃이 피면 백접초(白蝶草), 분홍꽃이 피면 홍접초(紅蝶草)라 부릅니다.



저는 이 나비바늘꽃을 보면서 춤추는 발레리나를 떠올립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발레 옷을 입고 바람결에 맞춰 춤을 추는 발레리나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춤추는 발레리나를 생각하시면서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상파 화가인 에드가 드가(Edgar De Gas)를 떠올리셨다면 당신은 매우 뛰어난 예술적인 감각을 소유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1800년대 프랑스 태생의 화가인 에드가 드가(Edgar De Gas)는 화려한 색채감이 넘치는 근대적 감각을 표현하고, 특히 인물 동작의 순간적인 포즈를 역동적으로 묘사해 새로운 각도에서 부분적으로 부각하는 수법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구도와 창의적인 작품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화단의 중심이었던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고,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상파 화가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화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화풍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들은 대개 무희를 그린 그림입니다. 인물의 순간적인 동작을 잡아 역동적으로 묘사하여 그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드가는 평생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 절반이 무희를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그가 화가로서 성공한 것은 이 무희들 덕분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는 무희들의 동작과 움직임의 특별한 한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해내고,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음 동작을 연상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자주 방문해서 발레리나를 그렸답니다. 그러나 공연 장면을 그린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휴식을 취하거나 연습을 하는 자연스러운 자세나 동작을 주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공연 장면보다는 오히려 긴장이 풀어지거나 지쳤을 때 드러나는 무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를 좋아한 것 같습니다.  

   


드가의 발레 주제의 작품의 경우 오직 여성 발레리나에만 관심이 있었고 역동적이고 율동이 그림에 그대로 살아나게 그렸습니다. 발레 그림에서 무대 위의 그림은 수백여 점의 그림 가운데 채 20%도 되지 않고 대개 리허설이나 공연이 끝난 직후의 경우가 많습니다. 이례적으로 절정의 무대 위의 무희를 그린 그림인 <The Stars>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이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그린 드가의 말을 직접 들어봅시다.  

   

“사람들은 나를 무희들의 화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희란 내게 아름다운 옷을 그리고 움직임들을 살려내는 한낱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습니다. 드가는 움직임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발레 수업>은 마치 스냅사진을 찍어놓은 듯이 발레 연습 시간에 볼 수 있는 한순간을 잘 포착해 그려놓았습니다. 발레리나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도교사엔 ‘쥘 페로’의 말을 들으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뒤로 어린 발레리나들의 연습을 참관하고 있는 발레 의상을 입지 않은 부모나 보호자들의 모습도 보이는군요. 드가는 발레리나 그림 이면에 감춰둔 당시 상류사회의 추악한 사실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건너뛰려 합니다.

        


삶이란 나비바늘꽃의 긴 바늘 끝으로 뜨개를 하고, 때로는 더 날카로운 바늘로 수놓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저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곳에서 고통을 겪으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위태로운 것은 아닐까요? 저 여린 가지로 바람에 휘청이며 버티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저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꽃에도 생명의 간절함은 위대하고, 절망에 대해서 수없이 이겨내면서 원망도 하였을 것이고, 슬픔과 고통을 견디고 또 이겨내어 인간에게 춤추는 아름다운 무희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꽃의 사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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