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책은 <모순>입니다. 이경선 작가님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면서 양귀자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점심시간 30분 동안 매일 글을 써서 장편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고, 독서모임 책으로 승나씨가 선정해주어 다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쉽고 재밌게 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단편을 읽을 때와 달리 장편이라 스토리가 이어져서 좋았습니다.회원들과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내가 안진진이라면 어떤 남자를 선택할까?
왜 주인공은 소설 첫부분에서 눈물을 흘렸을까?
안진진에게는 엄마와 나미 이모가 있습니다. 둘은 쌍둥이입니다. 안진진의 아버지는 가족들을 두고 집을 나가서는 가끔씩 집으로 돌아옵니다. 끝내 마지막에는 중풍과 치매에 걸린채 돌아오셨고요. 안진진의 동생은 살인미수죄로 감옥에 있습니다. 나미 이모네는 다른 삶을 삽니다. 이모 생일날 이모부와 함께 매년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선물도 받습니다. 나미 이모의 자녀들도 해외에서 유학하고, 박사과정까지 공부합니다. 그런데 나미 이모는 자살로 생을 마무리합니다. 안진진의 엄마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안진진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김장우는 형님을 많이 챙깁니다. 특별한 사랑입니다.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산에 다니며 삽니다. 김장우는 가난하지만 안진진을 향한 마음은 진심입니다. 나영규는 예측가능한 삶을 삽니다. 데이트를 해도 미리 계획해서 예약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모두 정하는 사람입니다. 안진진의 이모부처럼 나영규의 곁에 있으면 무덤 같은 평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안진진이 김장우를 선택할 것처럼 보였지만, 나미 이모가 죽은 후에 안진진은 나영규를 택했습니다. 왜그랬을까요.
김장우에게는 자신의 이모를 엄마라고 거짓말했습니다. 하지만 나영규에게는 가족들의 일을 모두 솔직하게 말했어요. 이모가 무엇을 갈망했는지 알면서도 안진진은 이모부의 삶을 닮은 나영규를 선택했습니다. 안진진의 선택을 생각하면서 살면서 내가 선택하고, 주변에서 선택하는 것들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회원 한 분이 팀장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팀장으로 불리고는 싶지만 팀장 역할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모순이었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것과 그 역할을 해내는 것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욕심내지 않아야 하는 것도요.
제가 만약 안진진이라면 저는 김장우도 나영규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안진진과 김장우를 혼합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남편이 딱 그렇습니다. 적당히 감성적이면서 적당히 계획적입니다. 어쩌면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저도 남편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분명 모순되는 상황 또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이 소설이 생각날 꺼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노트에서 양귀자 작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가는 인생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현실을 소설 위에 세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한번뿐인 삶을 반성하고 사색하게 하는 장르입니다."
"작가는 이야기와 감동이라는 주제에 매달려 사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야기, 새로운 현실에서 얻은 감동을 넘어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작가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작가는 하나의 소설을 쓰고, 책으로 묶어 소설을 완성시킵니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비로서 소설은 완성됩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작가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침작하여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지아 엄마에게 주었습니다. 지아 엄마는 김장우와 나영규 중에서 누구를 택할지 궁금해하면서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우리 삶에 있는 것들이고 이것들 사이에서 모순이 있습니다. 앞으로 모순되는 일을 만나면 이야기 나눌 사람과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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