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0월 22일 차]

나무

by 공감녀

★ 22일차 글감 (10.29 / 수)

글감 :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내가 겪는 풍경, 감정, 생각을 묘사해 보세요.


나무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좌우로 늘어서 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간간이 향나무도 몇 그루 섞여있습니다.

전지작업을 한다는 알림이 있어서 나무 아래 주차하던 차들이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산과 이어진 높은 곳에 나무들이 서 있고, 밑동 근처 가지들이 잘려서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두 키도 넘는 높이의 가지들을 용케도 전문가들이 잘라냈습니다.

잘린 자리가 하얗고 동그랗습니다.

잘리는 순간 퍼져 나온 나무의 향, 숲의 향, 초록의 향들이 온통 공기를 덮고 있습니다.

인부들도 점심을 드시러 간 모양입니다.

“크레인을 놓고 자르나요?” 동료에게 물었더니

“아니, 요즘은 기계가 좋아져서 높이 있는 것도 기다란 기구 가지고 자동으로 다 잘라내”

요즘 <세계숲>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무와 숲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책입니다.

평소 같으면 깔끔하게 전지작업을 마친 가로수와 도로가 좋아 보였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잘려 나간 가지의 단면들이 생살이 드러난 상처로 보였습니다.

하필이면 길가에서 살아내야 할 운명이라 해마다 가지를 절단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 안쓰러웠습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안쓰러워하는 것이 가소로울 만큼 나무는 크고 단단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장비로 잘라내지 않는 한 나무는 계속 위를 향해,

발밑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높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겠지요.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면 약간 경사진 그 길을 걸으며 늘 편안했습니다.

소화도 되고 늘 푸르른 나무가 가지를 흔들어 주고,

마주 선 나무 사이의 하늘은 초록과 더불어 더욱 푸르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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