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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May 17. 2023

초보 베이커 엄마의 머핀 Recipe

mummy magic 그리고 낄끼빠빠

2018년 12월,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2019년 2월에 첫째와 둘째를 같은 primary school(초등학교)에 보냈고 3시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6시까지 학교 놀이터에서 놀았다. 학교에서 매일 꼬박 세 시간씩 놀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많은 놀이를 했다. 첫째와 둘째는 다양한 학년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았겠지만 사실 나는 지루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은 놀게 두고 책을 본다거나 핸드폰을 볼 수는 없었다. 한국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추락이나 골절위험을 줄이기 위해 점차 없애고 있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놀이기구들이 뉴질랜드에는 다양하게 있었고 조심성 많고 겁이 많은 엄마라 행여 아이들이 놀다 다칠세라 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뉴질랜드에서는 3시쯤 각 가정이나 방과 후 교실, 직장에서까지도 afternoon tea라고 부르는 오후간식을 챙겨 먹는 시간을 따로 갖는다. 놀이터 죽순이 엄마인 나는 당연히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매일 afternoon tea를 챙겨나갔고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위해 좀 더 넉넉히 챙겨가다 나중에는 한 판에 12개씩 만들 수 있는 머핀을 두 판씩 구워 나가기도 했다.


한국에서 살 때는 몰랐다. 외국인의 다양한 알레르기들을.. 뉴질랜드의 학교에는 급식이 없다. 그래서 매일 엄마가 점심과 간식들을 바리바리 싸줘야 하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의 음식은 친구라 하더라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음식의 공유는 매우 위험하다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다. 제일 흔한 땅콩 알레르기, 계란, 유제품, 각종 과일, 밀가루 알레르기 등 세상 모든 알레르기가 뉴질랜드 학교에 모여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알레르기의 종류는 다양했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한 시간을 놀든 30분을 놀든 부모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학교의 규칙이 있기에 방과 후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만 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의 간식을 나눌 때 머핀을 원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가서 내가 직접 만든 머핀에 대해 설명하고 만든 재료를 알려주고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아이들의 부모는 간식 나눔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고마워했다. 아이들이 간식을 맛있게 나눠먹고 놀이를 시작하면 나도 아이들의 친구들 부모와 자연스럽게 인사하게 되고 주말이 지나면 안부를 묻게 되는 사이도 됐다. 물론 하교 후 학교에 남아 다음날을 준비하는 선생님들께도 아이들이 머핀을 간식으로 선물하기도 했다.


첫째와 둘째는 엄마의 머핀을 mummy magic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잘 알지 못했던 다른 학년의 학생들까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서 학교 가는 게 매일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나는 아이들의 사회생활에 부모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땐 결코 치맛바람을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엄마였다. Hi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첫째와 Hi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영어사람'이라고 칭했던 둘째에게 뉴질랜드의 학교생활은 특수했고 머핀을 가지고 다가가는 엄마의 관심 한 스푼은 낯선 곳에서 큰 용기가 됐을 것이며 안도가 됐을 것이다.


아이들의 말처럼 mummy magic이 낄끼빠빠의 적당한 요소로 작용했다면 내 머핀의 recipe가 낯선 환경의 적응을 위해 어디선가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아이들에게 마법처럼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베이킹을 하기 위한 준비물: 12구 머핀틀, 저울, 믹싱볼, 거품기, 실리콘 주걱, 체망, 유산지

기본 반죽 위에 블루베리, 코코넛, 건포도, 치아시드, 아몬드를 첨가했다

<기본 머핀, 12개 분량>

버터 150g, 설탕 120g, 달걀 3개, 밀가루 260g, 베이킹파우더 7g, 우유 100g

1. 실온에 미리 꺼내놓은 버터를 믹싱볼에 넣고 거품기로 풀어주고 설탕을 넣어 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2. 계란을 넣고 거품기로 풀어주고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채에 내려 섞는다.

3. 우유를 넣고 섞는다.

4. 머핀틀에 유산지를 하나씩 놓고 반죽을 채운다.

5. 미리 예열해 둔 180도 오븐에 23분 굽는다.

6. 머핀을 꺼내기 전 젓가락으로 머핀을 찔러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



우유랑 함께 먹으면 순삭 가능한 초코머핀

<초코 머핀, 12개 분량>

버터 150g, 설탕 120g, 달걀 2개, 밀가루 265g, 베이킹파우더 8g, 코코아 파우더 35g, 우유 150g, 초코칩 100g

1. 실온에 미리 꺼내놓은 버터를 믹싱볼에 넣고 거품기로 풀어주고 설탕을 넣어 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2. 계란을 넣고 거품기로 풀어주고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코코아 파우더를 체망에 내려 섞는다.

3. 우유를 넣고 섞어 준 뒤 초코칩 70g 넣고 섞는다.

4. 머핀틀에 유산지를 하나씩 놓고 반죽을 채운 뒤 남겨둔 30g 초코칩을 반죽 위에 뿌린다.

5. 미리 예열해 둔 180도 오븐에 23분 굽는다.

6. 머핀을 꺼내기 전 젓가락으로 머핀을 찔러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




한국에서 오븐은 만두 데울 때 전자레인지기능으로만 사용해서 예열이 뭔지도 몰랐고 밀가루의 종류도 모르던 깡깡이였지만 바가지(믹싱볼) 하나에 다 때려 넣고 만들 수 있는 머핀을 내 방식대로 더 넣고 덜 넣고 완성했으니 베이킹에 능숙한 엄마나 아빠라면 다른 좋은 레시피를 참고하면 좋겠다. 나는 이제 오븐을 미리 켜두고 머핀 반죽을 시작하는 능숙한 mummy magician이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또는 내 자신을 위해 mummy magic이 필요한 분들께 용기와 안도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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