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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Jan 16. 2024

뉴질랜드 Kids Friendly 만만세

아이를 위한 감동서비스는 엄마의 충성을 부른다

이사를 한 뒤 아이들을 하교시키기 위해 어차피 차로 픽업해야 하니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나만 그런가. 아이들과 함께 장 보는 것은 내게 너무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눈에 담고 하나하나 살피며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손에 든 물건을 트롤리(마트 카트)에 넣기 위해 쫑알쫑알 쉼도 없이 이야기한다. 어쩜 이리 갖고 싶은 것도 많고 가져야만 하는 이유도 다양한지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차라리 하나 사주고 말지 란 생각도 든다.


마트를 들어서면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져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그러면 난 다른 사람들의 트롤리에 방해가 되지 않게 아이들을 한쪽으로 서게 하고 이것저것 손으로 만지려 하면 그렇게 못하도록 한마디 한다. 아이들을 저지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사러 왔는지 무엇을 트롤리에 담은 건지 머리가 흔들거려 후다닥 계산하고 나오기 일쑤.


이 상황은 특히나 아이들이 배고플 때 매우 두드러진다. 다 큰 성인도 배고플 때 장을 보면 평소 잘 먹지 않는 음식도 사게 되고 과소비를 하게 되지 않는가.



coutdown
마트 입구에 아이들을 위한 무료과일 제공


이러한 무차별적 소비를 막기 위해 가급적이면 아이들의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 장을 볼 수 있는 카운트다운(현재는 울월스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중)이라는 마트에 간다.


Free fruit for kids

아이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입구에 과일바구니를 놓아둔 마트인데 매일 신선한 제철 과일들을 준비해 아이들을 기쁘게 한다. 사실 아이들이 과일을 먹는 잠깐의 순간이나마 조용히 해준다면 나는 좀 더 집중해서 빠르게 장을 볼 수 있고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며 장을 보는 스트레스의 수치가 놀랍도록 낮아지니 충성 고객이 될 수밖에.


아빠가 함께 장을 보는 날이면 아이들이 무엇을 사달라며 설득의 시간이 길어져도 조금이라도 싸게 파는 마트를 찾지만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있다면 내 귀의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주저 없이 카운트다운 마트를 이용한다. 물론 모든 지점에 free fruit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뉴질랜드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크고 있는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라면 없어서는 안 될 감동서비스를 꼭 이용해 보시길!


매대에서 파는 똑같은 과일을 아이들을 위한 free fruit으로 제공하고 엄마의 마음을 얻은 카운트다운 마트




언제나 조용한 동네 골목에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고 이웃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싶으면 뉴질랜드 공휴일이 다가온다는 것. 한국에서도 긴 휴일이 있으면 가족이 삼사오오 모이는 것처럼 뉴질랜드 사람들도 가족, 친구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어떠한 친인척이 살고 있지 않은 뉴질랜드에서 우리 넷은 딱풀로 붙여놓은 듯 함께 움직인다. 외출하고 들어오며 이웃집을 지나올 때 들리는 많은 식구들이 대화하는 목소리와 웃음소리, 북적이는 분위기에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부모의 선택으로 아이들까지 외로움을 떠안게 된 건 아닐까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자란다.


영주권도 없고 가끔 상대방의 무례한 말에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냅다 받아칠 때도 있지만 아직 뉴질랜드를 떠나기엔 이르다. 가족들과의 잦은 영상통화도 외로움을 온전히 달랠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작은 휴대폰 속에 네 식구의 얼굴을 꽉 담아 한국의 가족과 반가운 통화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온 뉴질랜드지만 엄마니까 쫄 수 없는 것처럼, 뉴질랜드의 휴일과 명절에 내 아이들을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2년 차 엄마는 뉴질랜드의 기업과 지역사회에 도움을 받는다.


Farmers
뉴질랜드에 하나뿐인 백화점 브랜드


한국에는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여러 종류의 백화점이 있지만 뉴질랜드는 딱 한 개. Farmers 뿐이다. 인구대비 넓은 땅을 자랑하는 뉴질랜드에서는 큼지막한 각자의 매장이 모여있는 상업군락이 대부분으로 굳이 백화점 안에 작은 매장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전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퍼레이드가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일정확인은 각 지역 카운슬 웹사이트를 보면 되는데 오클랜드 시티에서 매년 열리는 산타퍼레이드는 규모가 커서 코스튬과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아이들은 행진을 하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사탕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파머스가 후원하는 제일 큰 행사라 그런지 마지막엔 파머스의 큰 조형물과 화려한 풍선으로 퍼레이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퍼레이드 관람은 필수


Westgate 및 여러 쇼핑몰
방학과 휴일에 이벤트와 전시를 자주 하는 쇼핑몰


제법 규모가 있는 쇼핑몰에는 방학이 다가오면 페이스 페인팅과 다양한 콘셉트로 이벤트를 준비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쇼핑몰 내에 작은 스케이트장을 꾸며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해 주고 Easter에는 쇼핑몰 곳곳에 스티커로 된 계란을 붙여두고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보며 찾는 이벤트를 매년하고 있다. 계란을 다 찾고 지도를 반납하면 큰 초콜릿을 선물 받는다.

방학 때 쇼핑몰에서 정글 콘셉트로 숨어있는 동물 찾기를 했다. 사파리 복장과 액세서리도 빌려주니 재미 up!


Bunnings, Mitre10
가드닝, 주방설비, 조명, 페인트 등 큰 규모의 철물점


뉴질랜드에서는 사람을 불러 집안을 고치는 것에 많은 인건비와 수리비를 내기에 렌트집에 살고 있어도 큰 공사가 아닌 이상 주인에게 고쳐야 하는 부분을 말하고 남편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수리하고 나중에 수리를 위해 구입한 부품값만 주인에게 청구한다.


뉴질랜드의 첫 렌트집에서 세면대의 수도꼭지가 부러져 세면대에서 분수쇼가 일어났었다. 남편은 수도를 잠그고 서둘러 버닝스로 가서 새로운 수도꼭지를 구입해 교체했다. 집주인은 자신이 이 일로 기술자를 부르면 적어도 200불 300불을 청구해야 했을 텐데 세입자가 직접 교체한 수도꼭지 부품 35불로 돈을 아낄 수 있었으니 고맙다고 했다. 그랬던 우리를 그 집에서 1년도 못살고 쫓아낸 게 괘씸할 따름!


버닝스만 가면 남편이 직접 교체했던 수도꼭지가 생각난다. 없는 게 없는 큰 철물점이지만 전혀 삭막하지 않고 특별한 휴일에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있고 언제나 실내놀이터와 색칠놀이는 한편에 준비되어 있다. 아빠의 공구쇼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엄마는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아이들은 실내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봄이 되면 새 모이통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새집을 만들 수 있도록 직원이 아이들을 모아 가르쳐도 주고, 현관문에 걸어 놓을 수 있는 리스를 만드는 체험도 마련해 둔다. 어떤 행사에는 매장 곳곳에 곤충그림을 숨겨두고 아이들이 보물찾기 하듯 그것들을 찾아내면 안내직원이 기념품을 준다.


철물점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친절할 수 있구나! 또다시 뉴질랜드 기업에 감탄한다!

Bunnings에서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양말을 현관문에 걸었다
Mitre10 staff이 다정한 미소로 건네는 사탕선물


'기업'만 고객 감동? '지역사회'도 한다!
동네 공원 및 수영장 그리고 도서관, 미술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의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기념일도 많다. 2월에는 한국의 설날과 같이 중국의 춘절, 4월에는 부활절, 7월 말에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새해, 10월 말 핼러윈, 11월 초 인도의 디왈리축제가 열리고, 12월에는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 축제가 있다. 나열한 축제보다 더 많은 행사와 축제가 있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시의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축제에 참여하여 그 문화를 즐겨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규모의 공원에는 휴일에 각 기업의 광고와 프로모션을 자주 한다. 아이들에게 무료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에서는 큰 인플래터블 놀이기구를 펼쳐두고 아이들을 무료입장 시킨다. 한인행사와 더불어 각 나라의 명절은 커뮤니티에서 큰 규모로 진행되기에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하다.


방학과 연휴에는 동네 수영장과 도서관, 미술관도 열일한다. 연휴기간의 다양한 주제로 책갈피를 만들거나 동화 작가와의 만남을 주최하고 free books를 선물하기도 한다. 수영장에서는 오픈시간을 늘려주기도 하고 수영장에 타잔 줄을 만들어놓거나 물 위에 인플래터블을 띄어놓아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물론 부모의 슈퍼바이저 역할은 알아서 잘해야 한다!

(좌)마오리 설날, 마타리키에 도서관에서 진행된 별자리 뱃지 만들기 프로그램   (우)공휴일에 자주 진행되는 수영장 인플래터블
미술관에도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넘쳐난다


특별한 날 뿐만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Friendly 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분위기가 만연하기에 가끔 무례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유연히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민 1년 차에 Easter가 뭔지도, 왜 조용한 동네에 이렇게 불꽃놀이를 많이 하는지도 몰랐던 뉴질랜드 무식자였기에 어떤 기업 또는 지역사회에서 어떤 시기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안다면 아이들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 가족이 겪고 체험했던 활동을 위주로 적었다.


혹시라도 나와 같이 뉴질랜드에 친구도, 가족도, 연고도 없이 터를 잡고 사는 이민 1세대라면 위의 내용을 살짝만 기억해 두었다가 이웃들이 친구와 가족이 모이는 명절과 연휴에 이용해 보길 바란다.


어른은 외로움과 심심함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은 못 견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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