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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Jan 23. 2024

좋은 이웃이 행복을 부른다

더 나은 이웃이 되기 위한 서로의 노력

낭만 남매를 아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지대가 높아 밖으로 보이는 뷰가 좋다. 그래서 집 앞으로 반려견이나 유아차를 밀며 산책하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간식 하나도 집 밖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간식쟁반을 들고나가 길에 철퍼덕 앉아 먹는다. 처음에는 부모도 없고 집도 없는 아이들처럼 보일까 아이들에게 얼른 들어와 먹으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다. 8살, 6살의 남매는 매일 집 밖의 길에 앉아 동네 뷰를 바라보며 간식을 즐겼고 어차피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기에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은 아이들이 뷰를 즐기는 모습에 말을 걸어주며 같이 즐거워했다.


집 앞에 앉아 뷰를 내려다보며 간식을 먹고 지나가는 동네 이웃들과 강아지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인사한다



"당신의 아이들이 멋진 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로맨틱하네요!"


나는 아이들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되어 되도록이면 길에 앉아 있는 걸 안 했으면 좋겠다 누누이 말하는데 정작 길을 다니는 사람에게 아이들의 모습이 로맨틱하게 받아들여지다니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동네사람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반려동물은 없지만 매일 leash(강아지 산책 줄)를 손에 쥔 남매



동물을 좋아하는 낭만남매는 집 앞을 산책하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크기에 상관없이 쓰다듬어주고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에 만났을 때 저 멀리서 오는 강아지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하게 안아준다.


첫째는 손재주가 좋아 자주 만나는 강아지들의 반다나(스카프)를 만들어주기 위해 예쁜 천을 사러 다녔고 하교 후에 각기 다른 강아지의 크기와 털 색깔을 고려하며 자신이 만들고픈 반다나를 디자인했다. 작은 손으로 천을 자르고 엉성하지만 꼼꼼한 바느질을 하며 예쁜 반다나를 완성했고 산책길에서 강아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기다렸다. 강아지 주인들의 휴대폰 번호를 모르기에 어떤 시간에 어떤 강아지들이 산책 나올 줄 모르는 낭만 남매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강아지 반다나를 손에 꼭 쥐고 집 앞 산책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동네 강아지 고양이의 반다나(스카프)를 만들어주기 위해 집 안과 밖에서 천을 자르고 바느질 하는 남매
(좌) 완성된 강아지 반다나, 끝에 단추를 달아 강아지 목에 걸 수 있게 디자인했다. (우) 동네 고양이와 노는 첫째  

그러다 반다나 주인이 나타나면 남매는 짧은 다리로 호다다닥 달려 나가 반다나를 강아지 목에 걸어주고 잘 어울리는지 살펴본다. 만약 작거나 너무 크다면 다시 고쳐서 며칠 뒤 예쁘게 강아지의 목에 다시 걸어 준다.

(좌) 옆집 치와와의 옷을 만들어 입혀보는 첫째. 치수를 어떻게 잰건지 신기하게 딱 잘 맞는다 (우)매일 만나는 저먼 셰퍼트 두마리에게 직접 만든 반다나를 선물하는 남매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인들은 거의 동네사람들이고 이제 낭만남매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강아지를 반가워하면 남매를 가까운 공원에 같이 데려가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반려견 산책 줄을 맡기기도 한다.


렌트집에 살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 상황에서 아이들은 반려동물을 소유하지 않았을 뿐 온 동네 고양이 강아지를 안아주고 산책시킬 수 있으니 낭만남매의 매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웃에 감사하다.







좋은 이웃은 행복을 싣고



2살 터울의 남매는 잘 놀다가도 수시로 싸운다. 둘째는 누나의 수다스러움에 지쳐 귀를 막고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첫째는 말이 하고 싶어 아침마다 일찍 눈을 뜬다고 하니 남동생이 누나의 수다를 막을 재간은 엄마에게 누나 좀 말려달라는 외침 밖에는 없다.


게임기와 휴대폰이 없는 우리 집 아이들은 주로 앞 뒷마당을 헤집고 논다. 나무와 돌이 많은 앞마당에서는 작은 도마뱀과 달팽이를 잡고 관찰하며 놀고 뒷마당에서는 자전거와 스쿠터, 바가지를 엎어놓고 장애물로 만들어서 뛰어넘어 다니며 레이스를 한다.

(좌) 앞마당에서 달팽이를 잡고 집을 만들어주며 논다   (우) 뒷마당에 온갖 물건들을 가져 나와 장애물 경기를 한다


놀다 보면 흥분이 과해져 목소리가 커지고 이웃에 민폐가 될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자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잠시 음소거 모드에서 다시 목소리가 커져 결국 음량조절에 실패한다.


그동안 잡채와 한국식 카레, 불고기, 김밥 등 다양한 한국음식으로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을 양해해 달라는 부탁을 드릴 때마다 우리 동네 이웃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천사의 노랫소리와 같다며 전혀 미안해할 필요도, 이런 사과의 음식도 필요 없다 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친절한 이웃이 되어주어 고맙다 했다.


어떤 날은 우리 집 문을 두드린 이웃집 할아버지가 중고샵을 다녀오다 우리 남매 생각이 나서 책 몇 권을 사 왔다고 건네주셨다. 안 그래도 아이들 책장에 한글책 밖에 없어 조만간 서점에 가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몇 권 구입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첫째의 꿈이 수의사라던데 내 서재의 동물 관련 서적과 아내의 바느질 책을 가져왔어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내가 오히려 고마워요. 우리 집 서재에 매일 와도 괜찮아요 "


아직 전문서적을 읽을 정도의 영어실력은 안 되는 첫째지만 딸의 꿈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에 감동의 파도가 밀려왔다.

교수셨던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책 선물을 자주 해주신다. 남매의 취향까지 고려해 동물과 바느질 관련 책들이 주를 이룬다.






얘들아, 건강히 놀려면 비타민도 중요해!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집에서 싸우는 남매, 밖에서도 싸운다.


우리 집에서만 투닥거리면 좋을 것을 굳이 남의 집 마당에서 레슬링을 하고 있다. 2층 창문에서 보고 있던 내가 허겁지겁 창문을 열고 아이들을 말리지만 옆에서 가드닝을 하고 계시던 옆집 아주머니께서 웃으며 애들이 그냥 노는 것이니 괜찮다 하신다.

레슬링은 우리 집 마당에서 해도 충분할 텐데..


우리 집 주변에는 펜스가 없다. 이웃집과의 경계가 꽃과 나무로만 되어있는데 특별한 경계도 없고 낮은 울타리도 없다 보니 옆집 강아지도 우리 집 마당에서 뛰어놀고 우리 집 아이들도 옆집 마당에서 뛰어논다.

나무 넘어가 이웃집. 특별한 경계가 없어 이웃집의 강아지와 고양이가 놀러 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노는 아이들에게 옆집 아주머니께서 집의 레몬나무에서 노랗게 잘 익은 레몬이라고 집으로 가져가 레모네이드를 해 먹으라 했다며 아이들이 품에 한아름씩 안고 왔다.


레모네이드용으로 한두 개만 가져오지 너무 눈치 없이 다 가져온 것 아니냐 물었더니 남매가 손에 하나씩 들고 가려하니 아이들을 황급히 다시 불러 아주머니가 이렇게 담아준 거라 했다.


둘째는 "우리처럼 많이 노는 애들은 비타민도 많이 필요하대! 레모네이드 자주 먹으면 혀에 빵꾸도 안 난대!"라며 혀를 쭉 빼고 혓바늘을 보여준다.


내 아들의 혓바늘과 건강까지 생각해 주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감사해 아이들과 함께 레몬케이크를 만들고 감사인사와 함께 선물했다.

레몬즙을 짜서 레몬 파운드케잌을 만들었다
케잌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리고 먹기좋게 잘라 이웃집에 드리며 감사를 전했다


얼마 뒤 우리 집의 귤나무에 귤도 맛있게 익어 뒷집과 양 옆 이웃집에 선물하며 나도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잘 익은 귤을 따서 한봉지씩 담고 이웃들에게 선물한다.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더 좋은 이웃이 되고자 노력한다.






키위 할머니의 골프사랑에 물들어가는 남매



골프를 좋아하시는 이웃집 할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하교 후 집에 놀러 가면 집에 있는 팬트리에서 쿠키를 꺼내 예쁜 그릇에 담아 오후 간식으로 주시고 곧장 아래층 할머니의 골프연습방으로 데려가 아이들에게 골프채를 들려주며 퍼팅 연습을 시킨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홀에 공을 넣어보라고 격려하고 아이들은 싸우지 않고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는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이 길어지면 할머니께서 귀찮고 힘드실까 염려되어 내가 부랴부랴 할머니의 집으로 건너가지만 정작 이웃집 할머니는 괜찮다고 더 놀다 늦기 전에 보내겠다며 나를 돌려보낸다. 아이들은 할머니랑 더 놀 수 있어 신이 나서 방방 뛴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이웃집으로 달려가 퍼팅연습을 하며 노는 남매, 자세가 좋아야 공이 잘 들어간다며 자세도 바로 잡아주신다. 첫째가 찍어 온 둘째와 할머니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할머니는 매일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기다려지신다 한다. 첫째만큼 둘째도 집중력이 좋다고 연신 칭찬해 주시며 가르친 만큼 잘 따라오는 남매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하시니 내 걱정과 염려는 이제 그만 거두기로 했다.


할머니의 오후 스케줄에 남매와의 퍼팅연습을 추가했다고 말씀하시는 사랑스러움에 오늘도 마음이 따뜻해져 할머님의 골프모임에 선물할 간식들을 만들며 나도 더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집 주변에 항상 맨발로 뛰어다녔던 남매는 더운 여름이 되어 아스팔트 바닥도 뜨거워지니 산책길에서 노는 것보다 뒷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을 더 재밌어했다.


반려견과 매일 산책하는 친절한 키위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며칠 동안 만나지 못한 적이 있다. 아주머니께서는 우리 집 문을 두드리셨다. 그동안 아이들이 안 보여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되어 젤리 한 봉지를 건네며 아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고마운 마음에 집 안으로 들어오시게 해 뒷마당에서 물풍선을 던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드리니 키위 아주머니의 반려견도 반가워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동네에서 목청 좋고 활달한 꼬맹이 둘이 맨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얼마나 존재감을 뽐낸 건지 아이들이 2박 3일 캠프를 가거나, 뒷마당에서 놀고 있느라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하는 이웃들이 있어 참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단순히 말이 잘 통한다고 모든 것이 편해지진 않는다. 말이 좀 덜 통해도 따스한 관심을 받고 있고 사랑받는 느낌 만으로 낯선 이민자에게는 삶에 안심이 되며 그들에게 나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받는 것 이상으로 나도 그들에게 더 좋은 이웃이 되고자 오늘도 우리는 노력한다.




좋은 이웃을 자랑하고 싶어 쓴 글에 사진이 많아졌어요.

같이 나눠요. 이웃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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