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를 입다 쓰다
오랫동안 아껴 입은 옷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어디에 걸리거나 하지 않아도, 조심히 빨고 고이 보관해도 오래되면 어느새 이런 구멍이 생긴다. 시간은 한 올 한 올 삭아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실하게.
전에는 구멍난 양말을 꿰매 신기도 했는데 요즘은 안 그런다. 꿰맨 양말은 얼마 안 있어 또 구멍이 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낡은 천의 한쪽을 꿰고 매어도 이내 다른 데가 미어지고 터진다. 골고루 삭은 천은 그의 시간을 다했다. 보내주어야 한다.
근데 잘 안 된다. 욕심은 옷 한 벌도 쉬 놓지 못하고 쩔쩔맨다. 움켜쥔 것이 세계라도 되는 듯 손을 풀지 못한다. 착실히 삭아가는 집착들이 서랍을 열 때마다 좀내를 피워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