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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Sep 27. 2022

서랍 속의 낡은 욕심들

티셔츠를 입다 쓰다

오랫동안 아껴 입은 옷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어디에 걸리거나 하지 않아도, 조심히 빨고 고이 보관해도 오래되면 어느새 이런 구멍이 생긴다. 시간은 한 올 한 올 삭아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실하게.


전에는 구멍난 양말을 꿰매 신기도 했는데 요즘은 안 그런다. 꿰맨 양말은 얼마 안 있어 또 구멍이 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낡은 천의 한쪽을 꿰고 매어도 이내 다른 데가 미어지고 터진다. 골고루 삭은 천은 그의 시간을 다했다. 보내주어야 한다.


근데 잘 안 된다. 욕심은 옷 한 벌도 쉬 놓지 못하고 쩔쩔맨다. 움켜쥔 것이 세계라도 되는 듯 손을 풀지 못한다. 착실히 삭아가는 집착들이 서랍을 열 때마다 좀내를 피워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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