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형제 그림책>을 보다 쓰다
네 살 아니면 다섯 살 때 고궁 나들이를 갔었다. 창경원으로 기억하지만 다른 궁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한 건물에서 피카소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그림 몇 점과 뿜어져나오던 기운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물론 각색되긴 했을 테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랍시고 이것저것 들이미는 데는 회의적이지만, 예술을 직접 보거나 듣게 하는 건 독려하는 편이다. 지금은 왜곡되었을지언정, 피카소의 기억은 어떤 식으로든 나를 형성하고 성장시켰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홍차와 마들렌도 없이 나는 어떻게 사십 년도 더 지난 일요일로 갔을까. 그날과 오늘은 닮은 데라곤 없는데.
아마, 오늘은 어쩐지 미술관에 가고 싶은 날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선 길에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아쉬움일 거다.
호퍼 화집을 찾다 못 찾고 대신이랄까, 데이비드 호크니가 삽화를 그린 그림책을 뒤적이고 있다. 이래서 화집이건 그림책이건 많을수록 좋다. 더 좋은 건 미술관이 많은 동네에 사는 거고. 서울사람들 부럽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