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Apr 26. 2023

이 꽃 이름 뭐에요?

귤꽃 앞에서 쓰다

- 물어볼까?

- 물어보자. 저기, 이 나무 뭔지 아세요?


까마귀쪽나무에요, 제줏말로는 구럼비낭이고요. 관상용이죠? 열매를 먹기도 해요, 신경통에 좋대요. 첨 보는 나무 같아요. 제주에는 많아요. 오, 그렇군요, 옆에 이 자잘한 꽃은 뭔가요? 귤꽃이오. 와, 이게 귤꽃이에요? 그렇구나, 첨 봤어요, 향은 없어요? 아직 덜 펴서 엷은 거에요, 며칠 후면 온동네에 퍼질 거에요. 와, 그렇군요,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척척 답이 나오네요. 제주 분이세요? 고향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대단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아니 내가 고마워요. 마침 아는 걸 물어봐줘서. 옆에 이 나무랑, 저기 저 꽃이랑, 요기 요 나무는 뭔지 짐작도 안 되거든요.


물론 소리내어 말하진 않았으며 가던 길을 계속 걷지도 않았다. 자꾸 물어볼까 봐 사진 찍는 척, 뭔가 생각하는 척 서서 그들이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요 쬐그만 게 주먹만 한 열매가 되다니 참 신기하단 말야. 아니지, 그 귤 따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 달만에 다시 이렇게 꽃 핀 게 더 신기한 것도 같고. 아무래도 밤새 꽃가루를 뿌리고 다니는 요정이 있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어제까지 없던 꽃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난 거 아니겠어? 가만, 저기 붕붕대는 쟤들이 그 요정 아닐까. 좀 가까이 가볼까?


- 안녕하세요 아줌마. 뭐하세요?

- (순식간에 전조한 2단 고음) 와! 귤꽃이 벌써 폈네에!!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은 서너 개 별명도 여러 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