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여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여관이든, 호텔이든, 성이든 무슨 상관이야? 사랑한다면 그런 건 상관없어
고독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살아가는 순간에 불현듯 마주치게 되는 어떤 사건들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는 합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 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폴은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영화는 종잡을 수 없는 감정 선의 연속으로 당황스러움을 선사하고, 한없이 가벼운 감정들을 나누는 폴의 주변 인물들에 기이한 행동들과 어떠한 계기도 없이 진행되는 폴과 잔느와의 관계 등은 초반에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한 인물을 만나 두서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후에 아내의 시신 앞에서 온갖 분노를 표출하다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 내리는 폴의 모습을 본 이후로는 이내 그의 고독에 설득이 되고 맙니다.
영화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 가장 이상한 두 사람이 두 주인공 폴과 잔느입니다.
대체 잔느는 왜 폴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왜 마지막에는 그런 선택을 하고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 자신에게 세뇌하듯 말했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해되지 않은 감정들을 잔뜩 품은 채 영화는 끝나고 두 사람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일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들을 글로 옮기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리도 강인하면서 그 이면은 한없이 연약하기도 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박찬욱 감독의 작년에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헤어질 결심’에 서래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아무 기별도 없이 사라져 버린 폴을 잔느는 서서히 잊어갔고 그런 잔느 앞에 폴이 다시 나타났을 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소멸되고 당혹함만이 남아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폴의 사랑은 그 순간부터 시작되며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항상 잔느와의 관계 속에서도 늘 개인적인 일들이나 본인의 이름을 말하려는 그녀의 사소한 진심까지 막아서던 폴의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사랑은 그 정도가 지나쳤을 때는 늘 폭력이 되며 폴의 광기 어린 집착이 결국 둘의 비극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긋난 감정의 시간들이 만든 파국으로 영화는 끝나고 탱고 경연장을 난장판을 만들며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니던 폴의 모습과 그 장면 그 음악은 저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