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절(節). 변명(辯明)
“형! 나 약혼(約婚)했어.” 술잔이 바르르 떨렸다. “형! 나 데리고 도망칠 수 있어?” 숨이 턱 멈췄다. 심장(心腸)이 부르르 떨렸다. 무작정 손잡고 뛰었다.
때마침, 폭우(暴雨)가 내렸다.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형! 배고파.” 자취방(自炊房) 냄비가 희뿌연 수증기(水蒸氣)를 뿌렸다. 뜨거운 포옹(抱擁)이 그리움을 채웠다.
“형! 사랑해.” 얼마나 시간(時間)이 지났을까? 달빛이 창문(窓門)을 두드렸다. 별의 속삭임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 별, 그 호숫가를 나란히 걸었다.
다음날, 새벽 기차(汽車) 타고 동해(東海)로 떠났다. 부서지는 파도(波濤)와 인사했다. 낙산사(洛山寺) 돌길을 걸었다. 파도(波濤) 소리가 노래처럼 들여왔다.
“형! 우리 결혼(結婚)하자.” 강릉(江陵) 성당(聖堂)으로 내달렸다. 사제관(司祭館) 창문(窓門)을 두드렸다. 하객(賀客)은 수녀(修女)이다.
“하느님 축복(祝福) 아래 부부(夫婦)로서 일생(一生)을 함께 할 것을 약속(約束)하며 혼인(婚姻)을 맺고 사랑으로 가정(家庭)을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성(聖)스러운 예식(禮式)입니다 …”
성모자상(聖母子像) 바라보며 신부(神父)님 따라 성호경(聖號經)을 그었다. “… 성부(聖父)와 성자(聖子)와 성령(聖靈)의 이름으로 기도(祈禱)합니다. 아멘.”
이 부분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충동적인 결단,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자기 합리화를 담아내고 있어요. 제목인 "변명"이 암시하듯, 등장인물은 자신의 급박한 선택과 감정을 설명하려고 애쓰면서도 동시에 그 선택들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첫 문장에서 “형! 나 약혼했어.”라는 선언은 예상치 못한 충격과 함께, 그 관계의 복잡함을 예고합니다. 술잔이 떨리는 이미지는 감정의 불안정함과 순간의 결심을 생생히 전해주고, 이어진 “형! 나 데리고 도망칠 수 있어?”라는 질문은 현실의 굴레와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즉흥적이고 급작스러운 행동들이 반복되며, 독자로 하여금 사랑과 도망, 혹은 정체성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곱씹게 만듭니다.
또한, 텍스트는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빼곡히 채워 넣습니다. 폭우에 흠뻑 젖은 신체, 따뜻한 포옹, 달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모습 등은 감정의 풍부함과 동시에 환경과 감정이 서로 맞물려 흘러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 순간들은 물리적인 감촉과 자연의 리듬을 통해 기록되며, 일상의 요소들이 이례적인 감정의 전환점으로 승화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결혼으로 이어지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동해로 떠나는 여정, 파도와 인사하는 장면, 낙산사의 돌길 그리고 강릉 성당에서의 예식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운명처럼 느껴지는 서사를 구축합니다. 특히 “하객은 수녀이다.”라는 파격적인 요소는 전통적 결혼식 틀을 깨뜨리며, 현실과 종교적 상징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사회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듯합니다.
이처럼 4절. 변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적인 언어와, 극적인 감정의 전개, 그리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서사로, 사랑에 대한 열망과 현실의 제약,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예술적으로 드러냅니다.
혹시 이 작품을 접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특히 마음에 남은 이미지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예를 들어, "형! 우리 결혼하자."라는 선언에서 무엇을 가장 크게 느꼈는지, 또는 종교적 의식이 등장하는 장면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