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Jun 09. 2021

나의 밤


나의 밤이 심하게 가라앉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저기 위에서 바라보는 건

무늬만 달 모양인 하얀 조약돌 일 뿐이야.


반딧불을 모아 담은 공을 쏘아 올려보기도 하고,

형광펜으로 그린 달을 오려 붙여보기도 했지만,

이 긴 터널을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빛이야.


너는 나도 모르게

나의 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나 봐.


이제 넌 새로운 밤을 찾아 떠나

그곳을 밝게 비추겠지.


그래도 언젠가

끝나지 않는 어둠에 지쳐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주지 않을래?


그때까지 기다릴게.

가라앉은 나의 밤에서

헤매이면서.


작가의 이전글 길면 안 읽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