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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헤르만 헤세
Jun 09. 2021
나의 밤이 심하게 가라앉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저기 위에서 바라보는 건
무늬만 달 모양인 하얀 조약돌 일 뿐이야.
반딧불을 모아 담은 공을 쏘아 올려보기도 하고,
형광펜으로 그린 달을 오려 붙여보기도 했지만,
이 긴 터널을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빛이야.
너는 나도 모르게
나의 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나 봐.
이제 넌 새로운 밤을 찾아 떠나
그곳을 밝게 비추겠지.
그래도 언젠가
끝나지 않는 어둠에 지쳐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주지 않을래?
그때까지 기다릴게.
가라앉은 나의 밤에서
헤매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