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편
2022년 8월 6일 토요일
상하이는 한 번도 수도였던 적이 없어요. 말 대로 상해는 바다로 향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느 제국, 왕국이었던지 상해를 수도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남경은 강남의 수도로 불리면서 천년 동안 역대 6조 왕도의 수도이었고 현재까지도 중화민국(대만)의 명목 상 수도이기도 해요.
수도 한번 못해본 상해가 수도 전문이었던 남경보다 높은 인지도와 경제적 부흥, 산업 발달로 인한 풍요로움까지 누리고 있으니 남경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교실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애가 1등만 하던 애보다 더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동문회에 짠 하고 나타난 거죠. 한때 수도 전문이었던 남경보다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물고기 잡던 어촌 마을이었던 상해가 남경보다 훨씬 유명하고 잘 살게 되었으니 역사는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인가 봅니다.
양쯔강 하류에 위치했던 작은 포구였던 상해는 `역사 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었던 아편 전쟁으로 중국과 영국이 체결한 `중국 역사 상 가장 치욕스러운 조약`으로 1842년에 개항합니다. 1894~95년 청일 전쟁으로 자본의 유입까지 이뤄지면서 상해는 유전자 조작한 대두콩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20세기 동 아시아에서 동방의 파리, 동방의 진주라고 불리면서 당시 한성(지금의 서울)에 소가 끄는 달구지 다닐 때 와이탄에서 자동차로 길을 메우는 경제 개발을 이뤄냈습니다.
남경 역에 도착하니 쑤캉마苏康吗를 보여주는 것으로 바로 역에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뭐가 이렇게 쉽지..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었는 데 왜 우리를 두 달도 넘게 가둬놓았던지 하는 허탈함이 쓱 지나가네요. 남경은 중경, 무한과 더불어 찜통쓰리입니다. 중국 3대 화로이고 상해가 살짝 작은 화로로 곁에 묻어갑니다.
남경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남경대학살 기념관입니다. 전에 남경을 왔었을 때는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아우슈비츠나 731부대 같이 잔혹한 학살이 있었던 곳을 갔다 오면 우울해지고 불편해지니까요. 이번에는 일행이 가자고 해서 갔습니다. 원래는 앱에서 예약해야 입장이 가능한데 외국인은 예약이 잘 안 되어요. 용감하게 여권 내밀어 봅니다. 2명 정도는 실랑이하기 귀찮고 설명하기도 싫으니 그냥 들여보내 줍니다. 감사합니다. 남경 대학살 기념관은 입장료도 오디오 가이드 대여료도 없습니다. 가능한 한 관람하기 편하게 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역사를 보고 느끼기 바라는 의도이겠죠. 헌화를 위해서 국화를 팔지만 정해진 가격이 없습니다. 마음 아픈 만큼 국화 값을 내면 됩니다.
들어가면 먼저 희생자들의 호적을 도서관의 책처럼 꽂아놓았습니다. 어두운 하늘에 별을 띄워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희생자들의 숫자는 30만 명이라고 추정하지만 기록되지 않고 발견되지 않았을 희생자들이 더 많을 거라는 것은 알 수 있죠.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는 우리는 이미 여러 홀로코스트를 보면서 경험해왔습니다. 인간의 악에 대해서 우리는 예루살렘의 아인히만을 통해서 인간에게 악이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끔찍함을 봤습니다. 더 이상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지 어떠한 이유로든 희생당해서는 안됩니다.
영국BBC가 선정한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하나인 선봉서점이 남경에 있습니다.
여러 군데 분점이 있는 데 우타이산과 라오먼동에 있는 서점이 유명합니다.
우타이산에 있는 선봉 서점은 원래 방공호로 쓰이다가 주차장으로 쓰였던 곳을 개조했다고 합니다. 지하로 들어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오먼동에 있는 서점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우타이산 본점은 인스타 같은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사람보다 더 많아서 어수선했었습니다. 앞으로 휴대폰, 노트북도 폴더블 디바이스로 발전할 거고 언제든지 돌돌 만 모니터 꺼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만 종이책의 가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거예요.
중국 최대의 성벽이라는 중화문의 동쪽에 있는 거리예요.
1993년 리모델링해서 일반에 공개했다고 하네요. 물이 흐르는 냇가를 따라서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들이 드리워진 예쁜 거리예요
남경서화원 금릉미술관도 있고 복합 문화공간과 상업공간이 같이 있어요
명나라 때부터 번화하기 시작해서 상업거리였다가 차츰 주거위주로 자리 잡으면 강남 전통 민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네요.
지금은 곳곳에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과 여러 음식점, 기념품이 골고루 있는 남경 최대의 보행가 거리예요
남경은 중화민국의 장개석 정부가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중화민국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곳이죠.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간 민국홍공관은 민국 1년에 문 열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20세기 초 개화기 식당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오래된 가옥의 느낌이 좋았어요.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그 가격을 덮는 오래된 느낌과 감성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부자묘夫子庙까지 걸어갔습니다. 남경에서 북경까지 인공수로를 만들었던 경항대운하의 일부 지류인 운하 물이 흐르고 있네요. 상해의 번영과 풍요는 300여 km 떨어진 이곳,남경에서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