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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45-중국의 몽클레어, 보스덩

by 안나

상해는 북아열대 기후예요.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어요. 북위 31도이니까 한국보다 7도 정도 남쪽에 있어요. 한 겨울인 12월에도 낮 기온은 영상이에요. 종려나무 같은 열대성 가로수도 많고 낙엽을 볼 수 없어요. 출퇴근할 때마다 초록색 가로수 길을 걷는 기분이 좋아요.

제 출근 길.. 한 겨울에도 이렇게 푸르답니다.

 이렇게 초록초록한 상해에 보스덩 매장이 있네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히말라야나 북극 갈 때 입을 이런 패딩이 상해에서 팔릴까? 북경같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도 아니고 눈도 일 년에 한두 번 내릴까 말까 하고 내린 눈도 금세 사라져서 명 짧은 사람은 눈 구경도 못한다고 농담을 하는 곳인데요.

 

2021년 10월에 상해로 온 저는 11월부터 기온이 내려가면서 왜 상해에 보스덩 매장이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상해는 집이 제일 추워요. 난방이 없거든요. 우리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가면 옷을 벗잖아요. 상해는 집에 들어가면 옷을 입어야 해요. 집에서 신발 신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집 안이 추우니 신발을 벗기가 힘든 거죠. 우리는 찬 바람 들어온다고 창문 닫는데 여기서 따뜻한 바람 들어오라고 창문을 열어요. 한 겨울에도 바깥은 따뜻해서 공원에 텐트 쳐놓은 사람들도 많고 여기저기 벤치에 앉아서 해바라기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퇴근하면 집에 들어가면 냉동 창고에 들어간 듯한 써늘함이 싫어요. 

집에 들어가서 시간이 지날수록 옷을 더 껴입어야 하고 가만히 있으면 체온이 내려가서 집 안에서도 개미처럼 여기저기 바지런함을 떨어야 해요.

 

이런 상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 장쑤성 창수 江苏省 常熟라는 작은 도시가 있어요. 이 도시에서 상해로 원단을 납품하러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더우나 추우나 열심히 200km를 오고 가며 일하던 까오더캉高德康(1952년 생)은 신문 광고에서 산악인들이 입은 패딩을 보고 추위에 떠는 중국 사람들에게도 입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우리도 따뜻한 옷을 입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열정으로요.

보스덩 창업 당시 재봉틀, 창수 본사 모습

1976년에 자전거 한 대, 재봉틀 8대로 시작해요. 처음에는 OEM으로 다른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서 패딩 사업을 시작해요. 1992년에 자체 브랜드 보스덩을 출시해요. 미국의 보스턴을 중국어로 음역 하면 보스덩이에요. 숱한 어려움과 몇 번의 도산 위기를 열정과 꾸준한 품질, 디자인 향상으로 극복하면서 차츰 본 궤도에 오르면서 사업을 확장하게 되어요.

2007년도에 홍콩 증시에 상장했어요. 까오더캉은 포브스 선정 중국 부자 300위 안에 들어가요. 이 보스덩을 단숨에 국민 패딩 아니 인민 패딩에 올려놓은 것은 마윈이에요. 알리바바라는 거대한 황금 개미를 키워냈던 마윈이 보스덩까지 키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마윈이 보스덩을 입고 다니면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어요. 마윈이 보스덩 까오더캉하고 아는 사이인지 아닌 지 몰라요. 마윈은 단지 보스덩이 품질이 좋아서 입었는지 아니면 본인처럼 바닥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보스덩을 만든 까오더캉의 기업 정신을 높이 평가했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마윈 덕에 보스덩은 인민 패딩이 되어요.

보스텅의 와이파이 제품을 즐겨 입었다는 마윈

지금은 완상청 같은 대형 쇼핑몰에 하이엔드 제품을 전시하는 럭셔리한 보스덩이 되었어요. 창업자 까오더캉은 대도시인 상해를 마다하고 고향인 창수에 보스덩의 본사, 공장을 세우고 고향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요. 창수는 보스덩시라고 불려요. 울산이 현대시로 불리는 것처럼요.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주택을 지어주고 산이 없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인공 산을 2개나 만들어서 산에 오르는 즐거움과 공기정화까지 선물했어요.

겐조, 장폴 고티에와 콜라보했고 지금 제품군 확대와 성장을 위해 프라다, 나이키, 데상트 출신 디자이너등 디렉터를 영입해서 디자인 혁신과 품질을 높이려고 해요. 그중에 한국인 디자이너도 있다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

우리나라보다 상속형 부자보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더 많은 중국이 부러워요. 지금은 보스덩이 중국의 몽클레어로 불리지만 언젠가는 몽클레어가 중국의 보스덩으로 불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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