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찍고 시아먼 찍고, GDS와 밀당하고
코로나 전에 제가 북경에서 한국 왕복 비행기 가격은 평균 2,000~2,500위안이었어요.
시기와 시간에 따라서 달랐지만 직딩이라 평일 저렴할 때는 못 타고 아무래도 주말과 연휴 전후에 이동하니까요. 2020년 코로나 이후로 항공권 앱을 열어볼 일이 없네요. 비행기 탈 일이 없으니까요.
이제 다시 항공권 검색 앱을 열어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검색 앱은 씨트립携程이에요. 한국어 버전도 있는데요. 검색 결과가 달라서 제대로 검색하려면 중국 계정에서 다운받은 앱을 써야 해요. 스카이스캐너는 2016년에 씨트립에서 인수해서 그 이후로 저는 스카이스캐너 사용 안 해요.
2023년 1월 9일 자로 중국 입국자 격리가 없어졌지만 비행기 증편은 실감 나지 않아요. 이번에 가면 지난해 10월에 갔다 왔으니까 6개월 만에 집에 가네요. 군인도 저보다는 집에 자주 가겠죠. 미세먼지도 한국 가는 데 한국 사람이 한국 가기 아직 어렵네요.
3월 말부터는 증편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예전처럼 비행기 편수가 많지 않아요. 기다리는 제게 플랭크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시간은 더디 가고 이어요. 토요일에 상해에서 한국 가는 동방항공 비행기가 있지만 동방항공 편도 이코노미를 지난해 4,600위안 주고 샀던 것에 삐져서 당분간 동방항공에 돈 쓰고 싶지 않아요.
4월 1일 토요일에 갔다가 4월 9일 일요일 일정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저는 경유 편을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푸젠성福建省 시아먼厦门에서 4월 1일 아침 8시 40분에서 가는 비행기가 있네요. 3월 31일 금요일 항조우에서 저녁 10시 반 출발, 시아먼 12시 도착 그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한국 갈 수 있네요. 퇴근하고 항조우로 가면 되겠네요.
이 길고 쉽지 않은 여정을 선택하게 한 것은 GDS global Distribution System의 가격 정책이었어요. GDS는 항공사 티켓 판매 시스템이에요. 대표적으로 아마데우스, 갈릴레오, 이런 프로그램들이 유명하죠.
4월 1일 시아먼에서 인천으로 가는 승객을 모아야 하는데 시아먼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로는 부족하니 중국 전역에서 불러 모아야 하는 거죠. 시아먼까지 와서 출발하는 비행기표가 각자의 지역에서 출발하는 표보다 훨씬 저렴해야 한다는 당연함이 필요하죠.
항조우에서 시아먼 가는 국내선 비행기표는 천 위안도 넘고 시아먼에서 인천 가는 비행기표도 2천 위안이 넘어요. 이 2개를 합쳐서 훨씬 싼 가격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사겠죠. 게다가 하루 시아먼에서 자야 하니까요.
어차피 시아먼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이 비행기 탈 거니까 싸게 해 줄 필요가 없는 거죠. 영리한 GDS는 항조우에서 시아먼, 시아먼에서 인천 가는 비행기표를 1,128위안. 약 21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저를 유혹하네요. 그래 그 정도면 너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유혹에 넘어가주기로 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어요.
퇴근하고 홍차오 기차역에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면 4위안, 홍차오 기차역에서 항저우까지 73위안, 항저우 역에서 항저우 공항까지 지하철로 7위안.. 이렇게 총 1,128+84 위안으로 저는 한국행 편도 티켓을 샀어요.
시아먼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어쩌다 모은 메리엇 본보이 포인트가 있어서 7,500 포인트로 코트야드 메리어트에서 포숙해요. 본보이 포인트 가치가 1,000포인트에 12.5달러라고 하면 포인트 가치로 하면 93.75달러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 메르디앙 호텔이 있어서 식사하면서 푼푼이 모은 포인트라서 이럴 때 유용하게 쓰네요.
남들은 돈 천 위안 아끼자고 시아먼까지 가서 1박 하면서까지 고생하냐고 구박하지만 전 동방항공 편도 티켓에 2,000위안 넘는 돈 지불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해 4,600위안 지불한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이렇게 새로운 루트로 시도해 보는 것도 경험이니까요.
GDS가 매우 영리한 애라서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잘 파악해요. 그래도 뛰는 GDS위에 나는 안나 Anna랍니다. 비행기 티켓 살 때 이 아이와 밀당을 잘해야 해요. GDS의 영리함에 당하지 말고 우리 열심히 저렴한 티켓을 찾아보아요. 한 사이트에서 계속 들여다보면 GDS에서 속을 다 보여주는 거예요. 사이트, 검색툴, 접속 IP를 바꿔가면서 나는 이 티켓에 관심 없는 척해야 해요. 싫다고 밀어내면 다가오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구매 타이밍과 어느 항공사인지도 봐야 하고요. 이 정도 노력은 해야 저렴한 항공권을 살 수 있어요. 결국 손가락 움직인 만큼 항공권의 가격이 내려가요.
아, 한국에서 상해로 돌아올 때는 어떻게 오냐고요.
댄공 마일리지 쓰고 비즈니스 타고 와요.. 갈 때는 힘들게 가더라도 올 때는 편하게 와야죠.
4월 9일 오후 3시쯤, 김포공항에서 단발머리에 청바지 입고 혼자 있는 여자 보면 아는 척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