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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51-제 떡 먹기

중국의료보험 이야기

by 안나
`제 떡 먹기`
횡재를 한 줄 알고 신나서 먹었는데 결국 자기가 먹을 떡을 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득을 본 줄 알았는데 결과는 자기 것을 축낸 것에 불과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슷한 속담으로 소경이 제 닭 잡아먹기가 있다.


중국도 직장인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사회보험이 있어요. 한국은 직장인이 아니어도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할 수 없어요. 기업의 사회보험 부담률이 34% 정도 되거든요. 그나마 이것도 내려간 거예요. 그전에는 40% 였어요. 직원 한 명 고용해서 급여를 100만 원을 주려면 사회 보험 부담금을 합치면 140만 원이 들어요. 외국인들은 사회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었는데 2012년부터 의무 가입이 되었어요. 지역마다 달라서 아직 의무 가입이 아닌 곳도 있는데 북경은 의무가입이고 상해는 2021년 8월부터 의무가입이 되었어요.


외국인들의 사회보험 의무가입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늘었고 개인들도 중국에서 혜택도 못 보는 사회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해요. 나비효과로 북경에 있는 국제학교 학비상승을 불러왔어요. 국제학교에서 일하는 외국인 교사들의 사회보험과 개인 부담금까지 학교에서 부담하고 이 금액은 고스란히 국제학교 학비에 전가되었어요. 더불어 건물과 토지 임대료 상승도 국제학교 학비인상을 부추겼어요.


저도 갑자기 안 내던 사회보험료를 내게 되었어요. 그나마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은 한국에서 국민연금 가입으로 면제받았어요. 이게 부담이 제일 커요. 기업에서 16%, 개인이 8%를 부담해야 하니까요. 나중에 개인은 중국을 떠나거나 다른 도시로 이직할 때 자기가 낸 부담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기업이 부담한 16%는 하늘로 폴폴 날아가요.


실업 보험은 회사 0.5%, 개인 0.5%이고 공상 보험(한국의 산재 보험)은 회사부담 0.256%, 개인 부담금은 업종에 따라 다른데 얼마 안 되어요. 의료보험은 회사에서 10%. 개인이 2%를 내요. 회사에서 내는 시험 보험료는 모두 통합기금에 들어가요. 북경에서는 개인이 낸 2%를 북경은행 계좌로 돌려주기 때문에 사실상 안 내는 셈이에요. 북경은행 계좌에 쌓였던 적립금을 곶감 빼먹듯 솔솔 빼먹는 것도 괜찮아요.

2021년 10월 저는 북경에서 상해로 옮겼고 사회보험을 상해에서 가입하게 되어요. 북경에서는 제게 돌려줬던 의료보험 부담금 2%를 상해에서는 의료보험카드에 적립해 주고 병원이나 약국에서만 쓸 수 있네요.

앗! 저의 곶감은 호랑이도 물어간 것도 아닌데 없어졌어요.


중국 의료 환경이 안 좋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로 코로나 해야 한다고 자기네 입으로 그렇게 떠들었잖아요. 어떻게든 병원 안 가고 버티자는 굳건한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제가 내는 2% 의료보험 부담금이 아깝네요. 제 떡 제가 먹기로 했어요.


의료보험 카드를 쓸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어요. 한국처럼 모든 병원에서 다 쓸 수 없어요. 한국의 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좋은 지 해외를 나와보면 느낄 수 있어요. 우리나라 좋은 나라예요. 의료보험카드 사용이 가능한 병원은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요. 중국에서 병원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에 놀라고 의료 환경에 놀라고 의료진에 놀래요.


제가 있는 홍췐루 한인타운에서 가깝고 의료보험카드를 쓸 수 있고 야간 진료도 가능한 라이인병원莱茵医院을 다니기로 했어요. 다른 중국 병원보다는 환경이 좀 낫기는 한데요. 그래도 여기저기 아날로그 감성 가득이에요. 특히 수액 맞을 때, 앉아서 맞아야 하는 상황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놀랍기 그지없죠.


레트로 감상 폴폴 묻어나는 마그네틱 카드와 본인의 의료 기록을 적을 수 있는 수첩을 가지고요. 여기서는 본인이 의료 기록 차트를 가지고 다녀요. 어느 병원을 가도 그 수첩에 진료 기록을 적어요. 음 본인 기록은 본인이 관리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써주면 어떻게 읽어요.

제가 낸 돈으로 치료를 받는 데 제가 지불하는 비용이 없거나 얼마 안 되니까 공짜로 치료받는 기분이 들어요. 자기 떡 자기가 먹는데도요. 참, 자기가 낸 적립금 다 사용하면 그 후 발생하는 의료비의 20%만 자기가 부담하면 된대요. 저, 적립금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왠지 통장에 잔고 많은 기분이 들어요.

그림 속의 떡은 못 먹는 데 의료보험 적립금은 자기 떡이라도 자기가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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