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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52-하루를 위한 엿새

중국 공휴일 제도

by 안나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아파트 정문을 나올 때마다 뒤를 돌아봐요.

이렇게 매일 나올 수 있었던 저 문을 지난해에는 봉쇄로 나올 수 없었거든요. 문을 나와서 걸으면서 하늘을 봐요. 자유로운 하늘을..


지난 해 봉쇄되었던 아파트 정문과 지금 정문 모습

지금 상해는 차와 사람들로 붐벼요. 출퇴근 시간에는 걷는 것 더 빠를 정도예요. 언제 봉쇄 있었는지는 흔적도 없어요. 공연이 끝나고 무대 장치와 객석이 모두 치워진 것처럼 깔끔해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겪어야 했던 과정은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딸을 너무도 사랑한 어릿광대 리골레토는 결국 자신이 딸을 죽이게 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난 오페라<리골레토>


2023년 4월 29일부터 중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48시간 핵산 검사 의무가 없어져요.

이제 코로나가 끝났어요. 해외 입국자에 대한 48시간 핵산 검사가 없어지는 것을 코로나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손꼽아 기다렸어요.


2020년 2월 한국 발 입국자에 대한 14일 자가격리 권유부터 시작해서 3월부터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시설 강제 격리 14일 실시로 시작했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3년이 넘는 긴 시간의 막을 내리네요.

사람만 힘들었겠어요.

해외에서 온 택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온다고 택배들과 화물들을 7일씩 소독약 뿌려가면서 시설 격리 시키고 물고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있다고 물고기들도 핵산검사했답니다.


``물고기야, 그동안 핵산검사받느라고 힘들었지.

택배야, 그동안 7일씩 시설격리하느라고 고생했어.``


5월 1일은 노동절이에요.

지난해에 제 청명절 연휴와 노동절 연휴는 아파트 안에서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으로 보냈어요. 노동절에 하루를 쉬어요. 법정 공휴일이에요.


중국이는 이 하루 휴일을 닷새 연휴로 바꾸는 오병이어의 재주를 부려요. 4월 29,30일은 토, 일이니까 원래 쉬는 날이에요. 여기서 5월 2,3일을 휴일로 했어요. 그냥 쉬게 해 줄 리가 있겠어요.


4월 23일 일요일, 5월 6일 토요일에 대체근무를 해요.

하루 휴일에 주말 2일, 대체 근무일 2일을 붙여서 닷새 연휴를 만들었어요. 4월 23일 일요일부터 근무했어요. 주 6일 근무예요. 생체 리듬, 생활 리듬 다 흐트러져요.


이번 주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제 일요일에 일한 것은 잊어버리고 오늘부터 원래 일하는 날이니까 `그냥 일하면 돼` 뇌에 이야기했는데 몸은 아네요.. 알아서 피곤해지네요.

노동절 하루 쉬려고 내리 엿새를 일하네요.


중국 공휴일은 한국보다 훨씬 적어요.

임금의 300%를 지급해야 하는 법정 공휴일은 딱 11일이에요.


1월 1일 원단, 춘절 3일, 청명절 1일, 노동절 1일, 단오절 1일, 중추절 1일, 국경절 3일

한국 법정 공휴일이 15일이고 대체 휴무가 있는 것을 보면 중국보다 2배는 많다고 할 수 있어요. 중국에는 대체 휴무는 없고 대체 근무만 있거든요.


얼핏 보면 춘절과 국경절에 7일씩 쉬니까 많이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주말 2일 + 공휴일 3일+ 대체 근무일 2일을 붙여서 만들어내는 억지 7일 연휴예요. 그래서 연휴에 근무를 시켜도 법정 공휴일인 3일만 300%를 지급하고 나머지 4일에 대해서는 200%를 지급하거나 대체 휴일을 주면 되어요. 중국이 생각보다 공휴일에 대해서 야박해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 대체근무 말고 대체휴무 있는 곳에서 일하게 해 주세요.

이 말을 지인에게 했더니


지인: ``다음 생에도 노비 하려고?``

저:``노비가 체질인가 봐요. ``


이번 노동절에는 경항대운하京杭大运河 따라 여행을 해볼까 해요.

요즘 제가 이 책에 꽂혔거든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다는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보다도 재미없어요. 조영헌 교수님의 박사 논문하고 연구자료인데요. 논문이 어떻게 재미있겠어요.

지금까지 북경의 시각으로 중국을 봤다면 이 책을 통해 남쪽의 시각으로 중국을 보게 하더라고요. 재미는 없지만 내용에 끌려서 이 책 들고 항저우에서 시작해서 북경까지 흘러간 대운하길 따라서 저도 항저우杭州에서 쉬저우徐州까지 흘러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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