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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이야기 58- 1분을 위한 10년 , 상해마시청

by 안나


여행 비자가 풀리면서 상해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 생활이지만 누구에게는 새롭고 느껴보고 싶죠. 일주일에 5일을 왔다 갔다는 홍췐루 한인타운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홍췐루 한인거리에 수많은 음식점이 있지만 저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서 가본 식당도 별로 없어요. 남들이 한식 먹으러 주변도시에서 기차 타고 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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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마시청이라는 서커스 공연이 있어요.

북경에 살 때 <조양 서커스>, <금면왕조>는 봤어요. 한국에서 오는 지인들이 오면 가이드해야 해요. 이런 공연은 한 번은 볼 만하지만 두 번 볼 필요는 없으니까 지인들이 공연 보는 동안 극장 밖에서 기다리곤 했어요.

남들은 이 공연 보려고 일부러 중국 국내외에서 온다는 데 살면서 안 가보는 것도 직무태만일 것 같아서 오래간만에 관광객 놀이했어요.


입장권은 씨트립 같은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데 A석이 280위안이네요.

드라이빙 투어라고 교포 분께서 하는 여행사 통해서 사니까 220위안이에요. 우리나라 돈으로 4만 원 살짝 넘네요. VIP석은 여행사 통해서 사도 10만 원 넘어요. 제가 하는 일은 VIP 담당이지만 제가 VIP가 아니니까 일개미답게 A석으로 샀어요.


상해 마시청 지하철역이 있어서 가기 편했어요.

3번 출구로 나오면 마시청 공연장이 바로 가까이 있어요. 그 앞에 백화점도 있고 공원도 있어서 시간 있으면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도 좋아요. 공연 시간은 1,2부로 해서 중간에 쉬는 시간 15분 있고 2시간 정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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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원형이고 생각보다 잘 보였어요.

무대 중간중간 회전해서 어느 쪽에 앉아도 공연 보는 데 문제없어요. 해외에서도 이제 중국을 올 수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고 중국 국내 관광객들도 많았어요.

마시청 공연은 에라 Era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에서 하는데 3개의 회사가 합자했대요.

2005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18년 동안 했대요. 중간에 시대적 배경, 무대장치, 레퍼토리도 바꿔왔대요. 음악, 조명, 연출, 안무를 전문가가 했다는 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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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내용은 다양해요.

중국 전통 곡예인 천과 봉을 이용한 공연, 그네와 디딤막을 이용한 공연도 있어요. 현대적인 감각으로 레이저와 스크린을 활용한 현대적 감각의 공연도 있어요. 탱고 공연 같이

오토바이 곡예는 처음 봤어요. 지름 6.8m 철로 된 둥근 공안에 오토바이 6대가 들어가서 뱅글뱅글 돌면서 곡예를 해요. 1초, 1cm 라도 어긋나면 충돌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는 동안 마음 졸였어요. 내 돈 내고 내 심장 고생시키는 일을 왜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조마조마했어요.

마음은 조여들고 있는 데 눈은 6대의 오토바이가 질주하면서 그리는 곡선과 불빛은 아름답고 레이저와 배경음악에 오토바이 폭음까지 어우러진 멋진 공연을 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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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지루하지 않았어요.

배우들의 모습도 잘 보였고 사용하는 소품 하나까지 잘 보여요. 중국 곡예 역사는 진, 한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할 사람도 없고 한다고 해도 유지할 만큼 관객이 받쳐주질 않겠죠. 중국같이 풍부한 인력과 소비시장을 가진 나라에서만 가능한 공연이에요.


예전보다 관객 매너도 많이 좋아졌어요. 공연자들이 인사할 때 같이 박자 맞춰 박수도 쳐주고 다 퇴장할 때 자리도 지키는 모습이 좋네요.


공연하는 배우들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시작한대요.

예전에는 농촌의 빈곤한 가정에서 서커스 학교를 가게 되면 가정 형편이 필 정도 돈을 받게 되니까요. 간신히 기저귀 떼고 유치원 가야 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서커스 학교에 가요. 유연성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훈련을 받아요. 곡예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체벌이 없었을까요. 6년 이상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서커스 배우가 되면 돈도 벌고 국내외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정규 교육을 받아서 취직을 하는 것보다 어린 나이에 빠르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30세 되기 전에 그만둬야 한대요. 매일매일 극한 환경에서 생명을 걸면서 공연해요.


2014년부터 중국의 출생률이 감소했어요. 노동인구만 줄고 있겠어요.

이제는 중국 경제 수준 향상과 1 가구 1자녀 정책으로 자녀가 그 힘들고 고된 삶을 사는 것을 꺼려하면서 2500년 역사의 중국 서커스의 명맥도 약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이들을 보고 웃고 환호하지만, 배우들은 1분을 위해 10년을 피눈물 나게 연습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거네요.

항저우의 <태양의 서커스>도 괜찮다고 하니 담에는 항저우로 관광객 놀이하러 다녀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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