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해 이야기 67-엘지그램360 꾸미기

초연결 시대임을 다시 한번 느끼기

by 안나


2008년에 산둥성 취푸山东省 曲阜로 가면서 노트북을 샀어요.

삼성을 살 까 엘지를 살 까 고민했는데 삼성 서비스 센터는 지난济南에 있고 엘지 서비스 센터는 칭다오青岛에 있다는 말을 듣고 제가 있는 곳에서 당일로 갔다 올 수 있는 지난에 서비스 센터가 있는 삼성 노트북을 샀어요.


2011년부터 배타적 사용권은 제게 있지만 소유권은 제게 없는 노트북을 사용했어요. 제가 고르는 것 아니고 주는 대로 사용해야 하네요. 그동안 노트북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몰랐어요. 남이 주는 노트북만 쓰다보니 노트북 지진아가 되었어요.


이번에 제 돈으로 노트북을 사기로 했어요. 집에서 사용할 개인용 노트북으로요. 저는 키보드를 별도로 써서 노트북 키패드가 필요 없어요. 노트북 화면만 보이면 좋겠어요.


아예 모니터와 본체를 사도 되는데 공간도 차지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들고 다녀야 하니까요.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도 연결해서 쓰긴 하는데 웬지 부족했어요. 컨버터블 노트북이라고 화면이 360도 회전 가능한 노트북을 사기로 했어요. 엘지 그램 360과 삼성 갤럭시 프로, 이 2가지를 놓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무게가 더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엘지 그램으로 선택했어요.


한국에서 사가지고 상해로 와서 세팅을 시작했어요.

마치 새집 입주하는 기분이에요. 새집 입주 할 때 줄눈도 해야 하고 싱크대 코팅도 해야 하고 창문에 필름도 붙여야 해서 바쁘잖아요. 저도 노트북 세팅과 사용환경을 만드는 데 바빴어요. 새 아파트에 입주해서 새 집 꾸미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어요.


USB포트가 하나예요. 무선키보드, 마우스 USB를 꽂을 곳이 없네요. USB 허브 쓰면 되지만 주렁주렁 싫어서 블루투스로 하기로 했어요. 검색했더니 로지텍의 M850이 좋대요. 가격이 무려 400위안,(약 72,000원 정도) 앗, 비싸 !

다시 정보 검색하다보니 한국에서는 129,000원이네요. 한글 키보드 스킨을 포함해서요.

Weixin Image_20230905122938.jpg

중국에서 만든 노트북과 키보드에는 자판에 한글이 없어요. 중국에서 만든 키보드를 우리나라 사람이 쓰려면 한글 자판 키스킨을 덮어서 사용하네요. 전 원래 자판 안 보고 타이핑해서 괜찮는데 가끔 다른 분들은 자판에 한글 없어서 놀라시곤 해요.

Weixin Image_20230905122943.jpg 한글 자판 없는 중국에서 만든 삼성 노트북 키보드

한국보다 무려 57,000원이나 싸네 하면서 400위안 주고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문했어요.

Weixin Image_20230905122941.jpg

이번에는 키보드 위에 스킨을 씌워야 해요. 그냥 치면 타닥타닥하는 타감에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저는 항상 키보드 위에 스킨을 덮어요. 타오바오에서 25위안 ,약 4,800원 주고 키보드 스킨을 주문했어요.


노트북 모니터에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붙여야죠.

애는 좀 비싸요. 한국 돈으로 67위안, 약 12,000원 줬어요. 필름만 있으면 뭐해요. 애를 붙여야죠. 필름만 전문적으로 붙여주는 곳에 갔어요. 아무 말도 안하고 노트북과 필름을 쑥 내밀었어요. 그 분도 저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필름을 붙여 주시네요. 20위안 약 3,800 원

3.jpg
4.jpg

윈도우는 깔려 있었고 MS OFFICE 깔아야 하잖아요. 아는 분 말씀 타오바오에서 50위안에 사라고

항상 다른 사람들 말은 들어야죠.

50 위안을 주고 MS OFFICE 2021를 주문했어요. 타오바오 판매상에게서 연락 왔어요. 언제 설치해 줄까요. 주말 아침에 원격으로 MS OFFICE 설치했어요. 백신도 깔아야죠. V3 무료는 광고 보기 싫어서 유료로 1년짜리 19,800원에 주문했어요. 헥헥 ,뭐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지


노트북 전원을 켜고 처음 세팅 시작할 때 놀랬어요. 예전하고 달라도 많이 다르네요.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세팅하는 것 같아요. 노트북이 아니라 큰 휴대폰을 쓰는 느낌이에요. 제가 너무 오랜만에 새 노트북을 사다 보니 이렇게 촌티가 철철 흐르네요.

Weixin Image_20230905122937.jpg

새로운 노트북 세팅을 마쳤어요. 모니터에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도 붙이고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도 사고 키보드 스킨도 사고 MS OFFICE도 설치했어요. 이 모든 것은 타오바오를 통해서 구입한 중국에서 만든 제품들이에요. 필요한 물건을 언제든지 손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편리함을 중국에서 살면서 누려요.


노트북은 엘지 그램이지만 여기서 들어가는 힌지나 프레임 등등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은 수많은 부품은 중국에서 만든 거예요. 우리가 먹는 진통제, 소화제 등 약을 만드는 원료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소싱한 거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국민 소울 푸드, 라면에 들어가는 야채 프레이크와 수프의 원료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해요.


우리의 삶은 이제 한 국가, 한 사회에 국한하지 않아요. 모두가 연결된 초연결 사회가 되었어요. 여기서 누구 하나 배제시켜서 얻을 이익이 없어요. 항상 어렸을 때 어른들은 저희에게 이야기했어요.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놀라고요. 누가 하나 빠지면 다른 사람이 더 하거나 하던 것을 줄여야 해요.


우리는 이제 어리지 않지만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는 평범한 말은 여전히 필요해요. 8월 내내 전 세계가 중국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떠들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중국이 처한 문제는 중국이 제일 잘 알아요. 굳이 옆에서 감하고 배 안 놔줘도 되어요. 성냥개비 하나에 불붙을 때마다 끌 거예요. 성냥갑 폭발하듯 한꺼번에 불 안 붙어요. 부동산 리스크, 가계부채, 저성장, 고령화, 청년실업,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의 주어는 중국이라는 단수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라는 복수예요.

Weixin Image_20230905122944.jpg 쇼핑몰마다 전기차 쇼품이 여러 개 있어요.

중국이 끝난 게 아니라 우리가 중국에서 끝난 거죠. 현대차는 충칭공장 정리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전기

차 위주로 자동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보다 치열해요.


찬찬히 우리의 현실을 봐야 해요.

인구 5천만, 내수로 먹고 살 수 없는 우리가 영원히 해야 할 숙제이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해이야기 66-한중수교 3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