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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Oct 16. 2023

A가 X에게

존 버거 

<A가 X에게 >

A는 아이다 

X는 사비에르로  볼 수 있다. 

편지로 써진 소설이라고 대놓고 부제가 붙어있다. 

소설의 일반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편지 세 묶음, 아이다가 보낸 편지( 책에서 뒷면에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뒤에 사비에르가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사비에르가 아이다에게 받은 모든 편지에 메모를 남기지 않았다. 아이다도 자기가 쓴 편지를 모두 보내지 않았다. 보낼 수 없었는지, 보내지 않았는지는 모른다. 


소설의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 지 모르겠다. 느낌 상 스페인 같기도 하고 프랑스 같기도 하다. 사비에르가 이중 종신형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중형을 왜 받았는지 그 중형을 선고한 국가 권력은 뭐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옛날 옛적에 어느 나라에 왕자님과 공주님이 살았어요. 이런 식으로 흐릿하기에는 시대가 현대에 가깝다. 휴대폰이 등장하고 IMF, WB, WTO 등 경제용어가 나온다. 


아이다는 사비에르와 결혼하고 면회를 가고 싶어 하지만 국가 권력은 거부한다. 거부에 대한 이유도 아이다와 사비에르의 분노도 저항도 없다는 것이 특이했다. 


이중종신형을 받았고 살아서는 만날 수 없는 연인에 대한 편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소설이니까 가능하겠지 


아이다가 쓰는 편지는 발랄하다. 

대부분 표현이 유쾌하다. 비판하지만 뾰족하지 않다. 아이다의 편지가 서정과 감정, 애절함과 그리움이라면 답장이라고 볼 수 있는 사비에르의 메모는 엉뚱하다. 연인이 쓴 절절한 편지에 대한 메모가 뭐, 이딴 식이야 하고 싶다. 사비에르는 메모에서 제국과 독재 권력에 대한 비평을 한다. 

노동력 작취, 공급망 등 현재 자본주의 경제의 폐해도 같이 


아이다는 사비에르를 여러 호칭으로 부른다. 

나의 엎드린 사자, 미 구아포, 하비비,카나딤  나의 날개,

 이런 다양한 애칭이 사비에르에 대한 아이다의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한다. 


p27.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p40.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것이다

p51. 아마 이별이 버릇없는 원숭이처럼 , 창가에 매달려 있네. 


영치물로 무, 커피를 보내는 일상이 소중하다. 4개를 보내면 3개는 중간에 교도관들에게 바치고 나머지 하나를 사비에르가 받게 되는 것이 익숙하다. 


존 버거의 다른 좋은 책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 책 하나로 존 버거를 평가하기는 힘들다. 

애절한 사랑, 잔잔한 감성 혹은 거친 비판과 저항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종이에 지나지 않을 책,


 A가 X에게


조금 뒤로 물러서 아이다의 감정으로 읽으면 아이다의 애틋함, 진심, 소소한 생활에 미소 지으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손 그림이 나오는 것도 특이했다. 


존 버거가 손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자유과 사물에 대한 다른 시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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