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중하고 고마운
2022년 6월 6일 월요일
3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출근합니다.
아침 출근길
이제는 거리는 완전히 사람들과 차로 붐비고
모든 것이 3월과 다르지 않아요.
출근해서 허마에서 야채를 시켜봅니다
봉쇄 기간 내내 나를 외면했던 허마
평소 먹던 야채를 시키니 네 하고 주문 버튼이 눌러지네요
이렇게 진작 좀 해주지
그동안 버림받았던 것 생각하면 서운함이 폴폴
허마에서 유료 회원들의 기간을 3개월 연장해준다고 하네요
그동안 우리 방치했던 것 생각하니 당연한 조치이지만요
은행은 너무 바쁩니다
다들 그동안 못했던 업무를 하려고 하니 당연히 창구는 붐비고
직원은 부족하고
왔다 갔다 객장을 맴맴 돌다 보니 다리가 아파요
은행 안에서만 2,000보 걸을 수 있어요
직원들과의 모든 대화는 봉쇄 기간에 있었던 이야기들
다들 본인들이 겪었던 어려움에 점심 먹는 시간 내내 떠들썩합니다
제게 식당 가지 말라고 해요
그동안 영업 정지되었던 기간 동안 쌓아두었던 재고로 음식 만든다
제대로 청소도 정리도 안되었던 상태로 영업 재개했다고
당분간 식당 가지 말라고 하네요
사실 전 워낙 입이 짧아서 웬만하면 제가 다 만들어서 먹는데요
그동안 밀렸던 택배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제가 3월에 주문했던 물건들도 3개월이란 시간을 폴짝 뛰어넘고 제게로 옵니다
상해 봉쇄 시작되었을 때 지인 분들이 보내주셨던 물건들도 도착합니다.
저희 중국 직원이 보내준 자기 고향의 현미예요
저하고 북경에서 워낙 오래 기간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라서 제가 현미만 먹는다는 것을 알아요
상해 봉쇄 시작되었을 때 보내준 현미 2.5Kg가 지금 왔네요
이 정도 양이면 저 1년 동안 먹을 수 있어요
같이 오랜 기간 업무 했던 업체의 직원분이 보내준 치약도 도착하고
지인이 격리 기간 스트레스받으면 마시라고 보내준 맥주도 지금 도착하고
물건들이 밀려서 갑자기 배달되니 좋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고
이렇게 살 수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 긴 기간 동안을 그렇게 살았었나 하는 의구심과 배신감도 쓰라리고
72시간 핵 검 룰에 계속 신경 써야 해요
밥 먹는 것보다 언제 핵검 받아야 하는지 카운트하는 게 더 중요해요
6월까지는 핵검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7월부터는 개인에게 부담시킨다고 해요
5명이 한꺼번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하면 5위앤이고
단독으로 하면 16위앤인데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부담해주거나 회사에서 아예 검사 스테이션을 설치하는데요 자영업자나 개인들은 다 자기가 부담해야 해요
4인 가족 한 달에 5위앤짜리로 검사한다고 해도 한 달 부담액이 200위안이에요.
길거리에서 특히 택배 하시는 기사님들을 집중 단속합니다
택배기사님들이 대부분 외지인들이고 가진 자본이 몸 하나인 사회적 약층이시니 만만한 거죠
어느 사회이든지 사회 기득권층을 떠받치는 것은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온 외부 노동자들입니다.
상해 봉쇄 해제인 듯 아닌 듯 6월 20일에 재봉쇄한다는 유언비어도 돌고
보통 유언비어는 현실로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모든 것은 시간이 이야기해 줄 거라는 중국분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제25회 상해 국제 영화제도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여전히 불투명함과 불안감으로 상해의 하루는 저뭅니다
지인이 보내준 맥주로 그래도 즐거운 저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