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1977년에 냈던 수필집을 27년 만에 미발표 원고를 포함해 387쪽으로 새로 냈어요.
지은 이는 1970년에 등단한 박완서 님, 어렸을 때, 마흔에 등단했다는 걸로 주목받던 작가로 기억해요. 지금 21세기, 마흔이면 청년이라고 하는 시대지만 예전에 마흔이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지천명이라 불릴 만큼 많은 나이였고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 보다 많은 나이였죠. 그 나이에 등단, 그것도 여자, 당시 시대 상황과 분위기에 대단하고 훌륭한 분이었죠. 신달자 님, 소위 여류 작가라 불리던 분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이 읽혔어요. 저도 도서관에서, 책방에 서서 이분들 책을 많이 읽었어요.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다른 분야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 수필류, 소설류 책들은 제 머릿속에 있을 공간이 없네요. 독서모임 책이라 정말로 천만년 만에 한국 여류(?) 작가 수필을 읽어요. 요즘 보기 드문 하드카피이고 앞 뒤로 박완서 님의 유필, 유품 사진을 넣어 작가님의 생활이 어땠는지 어떻게 작품활동을 했는지 보여주네요.
도형그림이 중간중간 들어가 오히려 글 흐름을 깨는 느낌이 있어요. 아예 그림을 넣지 말든지, 어린아이들이 그린 크레파스화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수필은 총 3부로 구성했어요.
1부-눈에는 안 보일 뿐 있기는 있는 것 15편 수록
2부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15편
3부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16편
끝 부분에 딸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 박완서 님을 회고하는 글을 실었어요. 전반적으로 수필들은 잔잔해요. 30년 전 이야기라 생활상이 지금과 달라요. 저보다 어린 세대들은 신기하다고 느끼거나 구시대로 느낄 수 있고 저는 그때 그랬지 하는 추억과 인정으로 느낄 것 같아요.
대작가 수필집에 감히 제가 이런 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시 글 쓰는 문체들이 그랬는지 조사 사용이 많다고 느껴져요. 생활에 느끼는 감정과 소소한 사건들을 기록했지만 소위 한방이 없어요. 당시 생활상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정보는 부족하고 소소한 사건들이 지금 핵폭탄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듯한 과자극 시대에 얼마나 다가오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글도 그래요. 시대가 바뀌며 글을 느끼는 감각들도 달라지네요. 작가가 세상을 떠났으면 어쩔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작품을 다시 쓰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다 생각해요.
꼴찌가 아니어도 혹은 꼴찌여도 마라톤을 완주했고 못했고 마라톤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응원과 박수를 받을 수 있죠. 한때 유명했던 광고,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카피도 있었어요. 사실이긴 하죠. 특히 4차 산업시대로 오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1등만 살아남는 지금에서요. 1등도 꼴찌도 같이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누구는 1등이 되었고 누구는 꼴찌가 되었지만 같이 한 사람들이 있어 그 산업이 그 경기가 있을 수 있던 거죠. 혼자 마라톤 하면 당연히 1등 해요. 혼자서 42,195km를 완주한다고요. 황영조 선수도 그렇게는 못 뛸 거예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모두가 같이 구성해요.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차별은 없으면 좋겠죠.
덧붙임-나중에 마라톤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혼자서도 42,196km 뛸 수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