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포즈도 아니고
운동은 하지만 선천적 자율성 부족으로 의지, 끈기 없어 항상 다른 사람의 잔소리와 강제를 사랑하는 안나입니다.
지금까지는 윌스 Will`s 威尔士라는 중국에서 제일 큰 피트니스를 다녔는데 세월에도 장사 없지만 중국 내수 침체와 코로나, 상하이 봉쇄에도 장사 없네요. 제 돈 떼먹고 문 닫았어요. 저만 떼였겠어요. 중국 피트니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한 획 진하게 그었습니다. 다른 중국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 5년 가족권으로 등록한 사람도 있어 몇 만 위안 손해 보기도 하고요. 제가 조금 떼였다는 게 위안일까요? 스스로 운동은 못하겠고 홈트는 3년 넘는 코로나 기간 내내 질렸고 홈트 하면 상하이 봉쇄 때 생각 나 더 싫어요.
다시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도 아닌데 이 피트니스, 저 피트니스 찾아 헤매다 모션 Motion이라는 곳을 등록했어요. 여긴 월회비를 내요. 윌스가 남긴 공로는 중국 피트니스들이 이제는 연 회원권을 못 팔게 되었다는 거죠. 천하의 윌스가 무너졌는데 누가 연회원권을 사겠어요. 월회비로 내니 연회비를 내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돈 떼일 염려가 없네요. 윌스만큼 GX가 좋지는 않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운동 안 하니까요.
중국에서는 GX 하고 나면 사진을 찍자고 해요. 가끔 운동이나 댄스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요. 강사마다 자기 위챗 단체방에 올려 오늘은 여기서 이런 운동했다고 올려요. 한국 같으면 초상권, 사생활 문제가 있을 텐데요. 여기 회원들은 강사가 찍자고 하면 또 다들 포즈 잡아주면서 찍어요.
전 사진 찍을 타임이면 조용히 나가는 데요. 저 하고 호흡 맞았던 강사의 마지막 수업이거나 특별한 날에는 같이 찍어요. 이 사진은 윌스 문 닫기 전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둘 다 제가 좋아하던 바디컴뱃 강사이고 정말 같이 열심히 뛰며 운동했어요. 다행히 한 쌤은 지금 모션에서 다시 만나서 수업받고 있어요.
지난 주말에 모션에 운동하러 갔는데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자네요. 아니 아니, 미스코리아 포즈도 아니고..
정말 난감했어요. 인원이 적으면 살짝 도망 나올 텐데요. 몇 명 안 되니 도망도 못 가고 꼼짝없이 잡혀 사진 찍혔습니다. 강사님.. 수업 잘해주고 열심히 해 주셔 감사하지만 이런 포즈 처음 해봐요.
가족에게 보냈더니 의외로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반응입니다.
이 사진에서 저 찾아내는 분에게 선물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