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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1편(캠핑)

안나의 한국 방문기

by 안나

상하이에 사는 안나예요. 안 그래도 사람 많은 노동절에 무비자로 인한 관광객들까지 늘은 노동절 연휴에 한국으로 피난 갔어요. 지난해에는 이번이 마지막일 듯한 경험이 많았어요. 아시아나도 비즈니스 탑승으로 남은 마일리지 다 털고,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투숙도 마지막이었고 평창 인터컨티네탈 호텔 투숙도 다시 안 갈 것 같아 마지막이라 생각했어요.


올해는 이번에 처음인 경험이 많았어요. 캠핑을 해봤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자가 격리가 일상이던 코로나 기간에 넓으신 분이 캠핑에 입문했어요. 이번에 여수를 갔다 왔는데 여수 벨메르 리조트 예약 추첨에 떨어졌어요. 넓으신 분이 캠핑하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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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아요. 텐트 치고 다시 걷고 잠자리 불편하고 씻는 것도 힘들고요. 남표니가 도심형 캠핑장이라 편의시설 다 옆에 있고 샤워장도 있다고 꼬십니다. 소음도 옆에 있다고 이야기 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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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임에 넘어가 태어나 처음으로 캠핑을 해봤어요. 이고 지고 카트에 짐 실고 여수웅천공원 캠핑장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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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를 예약했네요. 왜 목재데크도 많은데 굳이 굳이 땅바닥을 예약했냐는 제 질문에 바다가 바로 보여야 한답니다. 목재데크는 바다가 바로 안 보인다고요. 하루 종일 바다 보고 있을 것도 아닌데 꼭 바다가 보이는 곳에 텐트를 쳐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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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치고 안에 침대를 조립해서 넣고 침낭을 펼치니 그런대로 누울 만하네요. 텐트 앞에 의자도 놓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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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한다고 고기 굽는 것 싫다고 미리 말했어요. 저녁 먹고 와서 캠핑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치맥이죠. 편의점에 가서 맥주사고 치킨은 픽업해서 왔어요. 아침에 라면 끓여 먹는다고 라면도 3개 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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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맥주로 짠짠하고 정리하고 자려는데 단독기가 누우려던 침대가 우지직하며 다리가 부러졌어요.

제비 다리도 아니고… 텐트 걷어야 하나 순간 고민했어요.


남표니와 단독기는 그냥 바닥에 매트 깔고 자기로 했어요. 텐트가 방음이 될 리 없잖아요. 도심형 캠핑장이라 길가에 차 다니고 캠핑장 안에 사람들 다니고 옆 텐트 말소리 다 들리고.. 제가 귀가 엄청 예민하거든요. 게다가 어찌나 추운지 침낭 안에서 이리저리 몸 굴려가면 어찌어찌 잤어요. 시간 진짜 안 갔어요.


아침이 되자 남표니가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야심 차게 버너와 코펠을 꺼냈는데 가스를 안 가지고 왔대요. 편의점에 사러 갔더니 부탄가스는 있는데 동그란 가스가 없네요. 편의점에서 가스는 진열판매를 하지 않아 편의점마다 무슨 환각환자처럼 가스 찾아다니다 결국 라면을 끓이는 것은 포기했어요.


옆 텐트 가서 버너 좀 빌려보라고 남표니 옆구리 찔렀는데 살이 많아 그런지 안 들어가요.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서 라면을 끓여주겠다는 남표니의 야무진 꿈은 부러진 침대 다리처럼 무너졌어요. 텐트로 돌아오니 비가 내리네요. 텐트 걷으면서 말했어요. 이번 캠핑이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캠핑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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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는 결국 근처 사우나 가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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