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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히스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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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택희 Sep 27. 2023

재즈의 겨울

자동문 안에 들어서자

낮게 깔린 드럼이 장작 타는 소리를 낸다

불꽃이 튀지 않도록 살포시 누르는 건반 선율

적당한 볼륨은 심장을 편안하게 조율하지 

길쭉한 원통형 조명이 따스한 눈빛을 건네고

온기에 둘러앉은 의자 몇은 벌써 리듬에 젖어 있다

도드라진 창틀에 얹혔던 눈송이가

꽃잎인 양 후두두 내려 쌓인다

멀리 갔던 재즈가 한 바퀴를 돌아

처음에서 다시 노랗게 익는다 

아바나에 쏟아지는 햇빛처럼

손바닥을 스쳐 거친 듯 퉁겨지는 음색

바싹 올라붙은 곡선을 오른다

몇 장의 사진엽서를 들추다

잔을 들어 입술에 대지

먼 기억을 몰고 오는 진노랑 불빛

톤 낮은 목소리가

벽에 투영되고 있다

잘 익은 오후의 빛은 싱싱한 아침을 마중하지

카리브해를 닮은 하늘이

흰 발자국을 안고 계절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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