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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Jun 26. 2020

OO의 일기

병원 이야기


#
제가 바라는 거요?
예전처럼 뛰어노는 거?
아니요.
건강해지는 거?
아니요.
오래 사는 거?
아니요.



엄마가 전처럼 밝게 웃는 거.
우리 가족이 내가 아프기 전처럼 행복해지는 거.
우리 가족이 나로 인해 아프지 않는 거.
나는 괜찮다는 걸,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거.




#
눈을 떴는데 이상한 기계들이 내 몸에 붙어있었어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몸도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엄마가 울고 있더라고요.
그로부터 매일 하루의 한 번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봐요.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이건 엄마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엄마에게 무거운 책임을 줬어요.
아픈 아이의 엄마라는 것.



그것이 이상한 멍에처럼
엄마는
즐거운 일이 있어도 신나게 웃지도
하고 싶은 일을 시간 내어 마음껏 하지도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도 못했어요.
그런 엄마가 늘 안쓰러워요.




#
저의 질병은 원인 불명이래요.
왜 이런 병이 생기는지 그 기전이 현대의학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거죠.
그런데 제가 이 병에 걸린 후에 사람들이 그러는 거예요.


-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나?
- 이 병은 유전이래요?
- 어린애가 왜 이런 병이 걸렸대.


그 말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사람들은 모르고 한말이겠죠?




#
입원하기 전날 엄마랑 크게 다퉜어요.
왜 싸웠는지도 모르겠어요. 별것도 아닌 일이었겠죠.
나는 그냥 엄마가 편하니 짜증을 부렸고 엄마는 그냥 내가 잘못한 점들을 고쳐주고 싶으셨겠죠.


평범한 모녀의 일상이었어요.


근데 그 하루가 엄마에게 아픈 추억이 될 줄 몰랐죠.
다른 좋은 날들이 많은데, 엄마는 그날 나를 혼낸 기억만 크게 남나 봐요.
매일 미안하다고만 해요.




#
제가 바라는 거요?
솔직히 말하면...
예전처럼 뛰어놀고 싶어요.
몸이 움직이면 좋겠고, 나도 건강해지고 싶어요.
오래 살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 학교에 가고 싶어요.
학교가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 될 줄 몰랐어요.
나도 교복을 입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알았어요.
그럴 수 없겠구나.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구나.
그래서 간절히 바라는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
엄마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내가 아프기 전의 건강했던 삶으로
나는 괜찮으니 행복하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랑해요 엄마.
엄마는 충분히 했어요. 난 매일 그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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