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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Mar 24. 2020

로또

병원 이야기

- 매일 뭘 그렇게 맞춰?
- 로또요.

- 그게 뭐 그렇게 되기 쉽나?
- 안되면 안 되는대로 감사해요.

- 그건 또 무슨 소리래
- 이게 진짜 되면...
정말 이게 제 인생의 마지막 기적일 것 같아서...
우리 OO이 일어나는 기적은 안 일어날까 봐...
이게 안되면 나에게도 로또 같은 다른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서요.

- 아이고 OO이 엄마 마음 단단히 먹어.
로또도, 여기 있는 우리 환자들 일어나는 것도 쉬운 일 아니야. 정말 기적이지 기적
그만 들어가서 자. 몸이 피곤하면 마음이 더 힘들고 우울해지는 거야.
- 네. 제 삶 속에도 언젠가 큰 행운이 오겠죠?


- 그게 말이지... 그런 기적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로또가 된다던가 우리 환자들이 어느 날 일어나 전처럼 걷는다던가...
그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 살아지는 거 어쩌면 그게 기적인지도 모르겠어.

죽을 것 같이 힘들던 일들이 무뎌지고
미치도록 가슴 아팠던 순간이 잊히는 것
이 상황이 그냥 나의 하루가 되어버리는 것
그걸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



OO이 엄마가 힘내고 주저앉지 않는 것
그 힘과 정신력
그게 지금으로써는 우리에게 주어진 긍정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해.

나는 정말 못 살 줄 알았어.
근데 이렇게 살아지더라.


그러니 그만 자.
또 내일을 이렇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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