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떠난 멧비둘기 이야기
어째서 햇살이 비추지 않지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데
이럴 순 없어.
어제처럼 오늘도
내가 집 문을 나서듯
해님도 나와야지
잎을 다 떨군 시커먼 나무들
그 잔가지 사이사이 얹혀놓은 앙상한 까치집
그리고 그 너머 눅눅한 하늘
비둘기 때문인가
어제 보았던 새끼 멧비둘기 한 마리
살길 바랐는데 살지 못했구나
비틀거리며 제대로 날지 못했다
먹이를 주려는 내 손을 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저대로 두면 고양이밥이 될 텐데
살리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지고 있던 아몬드 몇 알 건네는 것
알이 너무 큰가 싶어 입으로 자근자근 씹어서
내밀어 보았다
소용없다 한사코 피하고 도망하고
두려움 가득한 심장소리를 낸다
하늘까지 이리 헝클어 놓고
하필 이 늦은 가을에 떠나려 하네
태어난 것이 죽어가는 당연한 이치를
이제는 알 법도 한데
난 아직 서툴다
이별이 힘들다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게 힘들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무심함이
가슴 한편에 멍울을 남긴다
비둘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