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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Nov 16. 2023

가을 하늘이 눅눅해

어제 떠난 멧비둘기 이야기




어째서 햇살이 비추지 않지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데

이럴 순 없어.


어제처럼 오늘도

내가 집 문을 나서듯  

해님도 나와야지


잎을 다 떨군 시커먼 나무들

그 잔가지 사이사이 얹혀놓은 앙상한 까치집

그리고 그 너머 눅눅한 하늘


비둘기 때문인가

어제 보았던 새끼 멧비둘기 한 마리

살길 바랐는데 살지 못했구나


비틀거리며 제대로 날지 못했다

먹이를 주려는 내 손을 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저대로 두면 고양이밥이 될 텐데


살리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지고 있던 아몬드 몇 알 건네는 것


알이 너무 큰가 싶어 입으로 자근자근 씹어서

내밀어 보았다

소용없다 한사코 피하고 도망하고  

두려움 가득한 심장소리를 낸다


하늘까지 이리 헝클어 놓고

하필 이 늦은 가을에 떠나려 하네


태어난 것이 죽어가는 당연한 이치를

이제는 알 법도 한데

난 아직 서툴다


이별이 힘들다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게 힘들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무심함이

가슴 한편에 멍울을 남긴다   

 

비둘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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