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느리게 달리기, 어느새 트레일 러닝

by Jeff Jung

EP.11 느리게 달리기, 어느새 트레일 러닝


도로 달리기 이야기를 끝내고 단 한 장의 챕터만으로 트레일 러닝을 할애했다. 본 글모음의 목적이 처음 달리기를 주저하시는 분들을 타겟으로 잡았기 때문에, 아마 처음부터 트레일 러닝에 입문하려는 분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에피소드의 주된 내용은 ‘달리기 시작해 보기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였음을 기억하실 것이다. 동일하다. ‘트레일 러닝 생각보다 낯설지 않습니다.’

이 글은 트레일 러닝에 대한 기술이나 전문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마주하는 벽을 조금이라도 투명하게 만든다면 본 챕터는 쓰임새를 다하겠다.


도로 잘 달리던 놈이 왜 갑자기 트레일 러닝이냐.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고 캐고 캐도 끝없는 재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바닥과 고도가 불규칙적이다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는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고, 매번 다른 느낌을 제시한다.

도로 달리기도 몸의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르다. 피곤함이 있는 상태, 숙취가 있는 상태, 잠 잘 잔 상태에 따라 달리는 호흡, 허벅지의 피로함, 뇌에서 전해주는 반응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다르게 대응해야 하는 즐거움이 있다.

트레일 러닝은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끝없이 맞닥뜨리는 자연의 다채로움에 순응하고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 과정이기에 매번 새로운 즐거움이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이 글은 도로 달리기와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아님은 이해해 주길.

그리고 산에서 달리기 아닌가. 어떤 힐링을 마주칠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은 온통 초록이로 둘러 쌓여 있고, 간간히 빗겨 쏟아지는 햇살, 인적이 드문 곳은 새소리도, 다람쥐도 뛰어다니는 곳에서 피톤치드와 깨끗한 공기를 잔뜩 맛보며 눈 호강을 하니 말이다. 하나의 장소에서도 매 시간, 매 계절이 다른데 수많은 산에서 달릴 수 있는 것이니 그 다양함은 머리로 계산이 되지 않는다.

이런 자연의 공간에서 달린다! 트레일 러닝이 왜 재미없는지를 찾기가 더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아니 자연이 좋고 산이 좋은 거 그거야 다 알지, 그런데 산에서 뛴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 말이다.

지금 도로에서도 조금 오르막만 있는 곳을 달리면 금방 호흡이 달라지는데 말이 되느냐 이 말이다. 내리막을 뛰어내려 오다니, 그거 위험해가 되겠나. 무릎 다 나가겠다.’

이게 가장 쉽게 연상해 볼 수 있는 벽일 것이다.


역시 개인적인 경험으로 돌아가 얘기를 해 보자.

한번 달리는 코스가 7km 정도 짜여 있는 달리기를 하는 게 일상이었던 시간이었다. 마침 집 부근에 도로를 한참을 달리다가 조금 우회하면 만나는 작은 산이 있었다. 그 산 같지도 않은 산 말이다. 흔히들, 앞산, 뒷산이라고 부르는 집 가까이 존재하는 산들.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날은 코스를 좀 다르게 개척하고 싶었던 모양이고, 도로 달리기를 하다 그 산 쪽으로 한번 가 보았다. 물론 트레일 러닝이라는 종목을 사전에 인지는 하고 있었던 상태였지...

바로 맞닥뜨리는 언덕, 처음이니 그냥 한번 달려 보았다. 더 짧은 보폭으로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올라갈 만했다. 걸어서 올라가는 산길인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신기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좀 더 평평한 산길이 나타났다. 조금 쉼 아닌 쉼으로 달리고 있는데 이번엔 짧게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어어어 하며 다다다닥 내려갔다. 좀 있으니 완만한 오르막길이 다시….

이 리듬감 무엇!


그 한 번을 해 보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거대해 보이던 것이 막상 닥쳐서 해 보면 의외로 별거 아니었던 경험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던히 마주쳐 왔었다. 트레일 러닝도 그런 종류이다.

자연에서 트레일 러닝을 하면 결코 오르막길만 나오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우리가 산에 만들어 놓은 임도는 수많은 굴곡을 가지고 있지 정 직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으로만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급격한 오르막을 오르다가도 평지가 나오고, 완만한 오르막이 나오고 내리막이 나오고, 지속적으로 변화무쌍한 지형을 보여주게 된다. 트레일 러닝이 할 만한 게 이런 다양한 지형을 지나치며 때로는 호흡이 한계에 봉착하더라도 다시 나타나는 평지의 평안함, 때로는 내리막길을 이용하여 짧은 쉼을 유도한다거나 하며 페이스를 조절할 수가 있다. 심지어 내리막길에서는 도로 달리기 보다도 더 빠른 속력을 내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어떤 레벨의 산에서 달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런 산길의 변화무쌍한 이치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어 6분 30초 정도를 도로 달리기 페이스로 달린다고 치면, 트레일 러닝은 7분 30초 정도인 것이다. (낮은 임도 가정하에) 으잉? 산길을 달리니 배는 시간이 들 것 같은데 그닥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음에 나도 꽤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산길을 달리지만 산악행군 하듯이 힘들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일반 러닝화로도 괜찮다, 달려보는 것 정도인데 뭘. 한번 산길에서 달려보면 안다.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몸이 우선 반응한다. 그 다가가지 않았을 때 마주했던 벽이 그렇게 높았던 것뿐임을 실감할 수 있다. 트레일 러닝화는 충분히 가능성을 잡았을 때 준비해도 된다.


오르막을 올라가는 요령은 앞서 얘기했다시피 간단하다. 보폭을 충분히 더 좁히는 것이다. 그 상태로 묵묵히 올라가며 호흡을 조절한다. 트레일 러닝을 하면 하체 운동은 덤으로 될 것 같지 않은가? 헬스처럼 인위적인 반복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평지는 가쁜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다. 평안함을 맛보며 다음에 올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부하를 대비해 마음의 에너지를 비축한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요령은 포어풋으로 사뿐사뿐 내려간다는 느낌으로 하되 너무 브레이크를 많이 걸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잘 알다시피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근육의 부하가 크지만,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 또한 또 다른 근육의 부하가 크다.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걸게 되면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좀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몸이 흘러가는 바에 따라 적당한 브레이크로 내려가면 적절하겠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어맛,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느낌으로 내려가면 나쁘지 않다.

동일한 리듬이 아니라 왼발, 오른발이 지형에 맞추어 다채로운 리듬으로 내려가는 게 핵심이다.


무릎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을 리가. 의사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고.

단지, 수많은 영상이나 채널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잘 아실 것이다. 달리기 위한 주변 근육은 강화되어 오히려 무릎을 보호해 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달린다. 100kg 체중의 트레일 러너가 100번째 울트라 마라톤을 마치고 병원 가서 무릎 사진 찍으며 자신의 나이대보다 더 깨끗한 그런 영상은 이제 일반적이다.


트레일 러닝 대회가 열리면 50km 달리고, 100km 달리고, 165km 달리고 그런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정답은 마라톤과 달리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트레일 러닝은 장거리 중의 장거리이고 체력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놀멍쉬멍이 기본이다.

대회를 보면 10-20km마다 보통 체크포인트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물도 다시 급수받고, 간식도 먹고, 떡도 먹고, 컵라면도 먹고, 초코파이도 먹고 그렇게 쉬다가 다시 다음 지점으로 뛰게 된다. 물론 쉬는 동안에도 경기 시간은 흐르지만 그렇게 에너지를 비축하고 다시 달리기 때문에 장거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맛난 간식 먹으러 대회 참가해야 하나요?

또한 끊임없는 오르막에서는 선수들도 걸으면서 산을 올라가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이 자연이라는 곡선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길을 찾으며 헤쳐 나가는 과정이 트레일 러닝이기 때문에 똑같은 대회가 존재할 수 없고 같은 장소라도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놓인 상황은 매번 다르다. 이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트레일 러너들이 전용 조끼를 입고 달리는 것이다. 500mm 소프트 플라스크가 가슴팍에 두 개 들어가는 조끼에는 뒤쪽에 작은 공간도 있어 에너지바 등 비상식도 넣어두고, 비 올 때를 대비한 레인 자켓도 집어넣고, 비상 랜턴에 배터리, 험난한 곳을 대비해 폴도 접어서 걸어두는 것이다.


트레일 러닝이 생각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의 달리기 루틴도 바뀌었다.

주말 토, 일 아침은 거의 트레일 러닝으로 바뀌었다. 주중에 시간이 되면 퇴근 후 한 두번 정도 도로를 달리는 정도이고 시간이 된다면 트레일 러닝을 메인으로 잡게 되었다.

이유는? 더 재미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늦잠을 자는 가족 덕분에 아침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일찍 일어나 달리고 오는 트레일 러닝은 삶의 큰 힐링이 되었다. 어디 거대한 산을 달리는 게 아니다. 그냥 앞산, 옆산, 뒷산에서 10km 정도 편하게 달리는 일반 루틴이지만 그래도 자연에서 흙을 밟고 변화무쌍하게 달리는 호흡은 소중하다.

달리기를 알게 된 후 평생 가져갈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트레일 러닝을 만난 후 그 친구가 알고 보니 이성친구인 식이다.

트레일 러닝은 자신의 집 주변에 어떤 산이 있는지, 어떤 코스가 있는지도 다 다르기 때문에 ‘나는 어떻더라’ 특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각자가 있는 곳에서 트레일 러닝을 즐길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권해 드리며, 본 글에서는 의외로 산길을 뛰는 게 힘들지 않고 변화무쌍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전해드리는 정도로 해서 마무리를 해 본다.


그리고 느리게 달려도 트레일 러닝까지 다 문제없습니다.





트레일 러닝의 가장 기초에 대해 대한산악연맹이 김지섭 엘리트 선수를 데리고 한 강의가 있습니다. (10분 1강 – 10강). 관심이 있을 때만.

https://youtu.be/_EzCJaGSy04?si=wUCM4Clem5JZVWFA



개인적으로 영화처럼 재미있게 보았던 UTMF 후지산 울트라 러닝 165km 다큐멘터리

나레이터가 일본 방송답게 1,2위 대결각을 일부러 만든다거나, 40대 언니의 투혼을 따라간다거나 하며 연출을 집어넣으니 즐거웠습니다. (1부-2부 총100분)

1부 : https://youtu.be/Wtlv9iDsCqA?si=ZXLUno7OCRRmuLWr

2부 : https://youtu.be/3BGRbGUDyLk?si=or_hNsDwW2_TYS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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