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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Oct 08. 2022

'유머의 힘', 과소평가된 강력한 힘

유머: 말이나 글을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표현하는 능력 -네이버 사전-


요즘은 유머감각을 대인관계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서먹한 분위기를 한순간 밝게 만드는 마법의 효능이 있기도 하고, 사람의 성품까지도 여유 있고, 재능 있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유머를 한다고 남을 깎거나 비하하기도 한다. 이런 유머는 해서는 안 되는 유머이다. 얼마 전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행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크리스 룩의 윌 스미스 아내의 '외모 비하' 관련 유머는 도가 넘은 유머로써 윌 스미스의 폭행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 폭행으로 인해 윌 스미스는 10년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징계가 내려졌다.            





이렇듯 유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유머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인기가 좋고 호감도가 높다. 이것은 비단 일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티브이에서 활약하는 연예인 중에는 코미디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 대중문화의 대부분에서 활약상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인 중에서도 유머를 잘 활용하면 대중적인 인지도와 친화력이 높아진다. 이때의 유머는 '블랙유머'이거나 '풍자', '해학' '위트'를 말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인은 이 유머를 필수 장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혐오적인 수준까지 내려온 국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와 무관심을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저주와 욕설, 비하가 난무하는 여의도 정치문화에 유머 정치는 꼭 필요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지하고 어렵게 설명하는 것보다 유머의 정치 한마디가 오히려 높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사실 몇몇 유명 정치인들은 이미 '유머'를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자신의 주자나 실수를 할 때 이 '고급 기술'을 잘 활용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원스터 처칠 (영국 수상)

영국 수상 시절, 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오르던 처칠이 넘어지자 청중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러자 처칠은 “여러분이 웃을 수 있다면 또 한 번 넘어질 수 있습니다.”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 실수를 만회하였다.


기업 국유화(nationalization)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 처칠이 의회 화장실(restroom)에서 볼일을 보는 중이었다. 때마침 “자국 내(domestic) 큰 기업들은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던 애틀리 노동당(the Labor Party) 당수가 바로 옆자리로 오자, 처칠은 얼른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이를 본 애틀리 당수가 “왜 나를 피해 멀리 가는 거요?”라고 하자, 처칠은 태연히 이렇게 응수(response)한다. “당신들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는데 내 것을 보면 이것도 국유화해야 한다고 할까 봐서....”


2. 노회찬 (국회의원)

 “50년 묵은 정치 이제는 갈아엎어야 합니다.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우면 새까매집니다. 이젠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합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해서는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라는 질문 뒤 “삼성이 반대한다고 이재용 구속 안 합니까?” 이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내린 ‘불기소’ 권고와 지난달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사실 이유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3. 아브라함 링컨 (미국 대통령)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서 링컨과 후보로 경쟁하던 스티븐 더글러스가 “당신은 원숭이처럼 못생겼을 뿐 아니라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며 외모 공격을 하자 링컨은 “만약 제게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면 이 얼굴로 나왔겠습니까?”라며 재치 넘치는 답변을 했다.


4.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1981년 괴한의 총을 맞고 수술실에 실려갔을 때 의사들에게 “여러분이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는데…”라고 조크를 던졌다. 당시 미국 언론은 “레이건이 유머로 국민을 안심시켰다”라고 평했다.


레이건이 73세 고령의 나이로 재선(re-election)에 도전했을 때,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월터 먼데일은 TV토론에서 “당신의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레이건이 고령인 점을 걸고넘어졌다. 레이건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선거에서 당신의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질문을 던진 먼데일조차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는 트럼프의 외교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트럼프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정상을 만났는데 무슨 걱정이냐?”라고 반문했다. 오바마가 그 정상들을 하나씩 예로 들면서 박장대소가 쏟아졌다.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1990년대 미스유니버스 조직위를 인수해 미인대회를 주최한 트럼프를 비꼰 것이다.




이렇듯 수준 높은 유머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유머로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런 큰 힘이 우리 주변과 특히, 우리 정치문화에 흔하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과거 독재정치와 민주화의 투쟁 과정에 있었던 한국정치의 '진지함'이 요즘은 타협과 협상의 DNA 그리고, 여유의 힘까지 잃게 만들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유머는 가볍게 보이지만 의외로 강한 힘이 있다. 이 힘을 우리 주변에 먼저 써보면 어떨까 한다. 이 유머로 꼬인 일이 풀리수도, 안될 것 같이 보이는 일도 이루어지는 마법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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