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오늘도 퇴근합니다

연재를 마치며_오늘도 아무 일 없는 행복한 하루가 되길 기도할게요

by 감성기복이

드디어 첫 연재의 마침표를 찍는다. 사실 직장 생활 이야기로 이렇게까지 오래,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를 쓰게 될 줄 몰랐다. 처음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나는 딱히 전문 분야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시시콜콜한 내 일상을 쓰기에는 그저 나만의 일기장이 될 것 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 효용감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다 보니 나도 나름 직장 생활의 전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배운 사회생활의 노하우들을 풀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특정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직장 생활에 대한 에세이가 막을 올렸다.


이제 웬만한 직장 생활의 보편적인 이야기들은 이곳에 다 쓴 것 같다. 아마 이 이야기의 끝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회사를 다닐 테고 회사라는 전쟁터는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테니 말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대가 무엇이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주식이나 대박 났으면 좋겠다.." , "로또나 돼서 퇴사했으면..." "내 꿈은 돈 많은 백수야...".. 등등. 여기 돈 많은 건물주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말은 사라졌다. 아마 부동산이 너무 폭등했기에 그럴지도...(ㅠㅠ) 하지만 정말 돈 많은 백수가 되면 행복할까? 실제로 회사에 나이가 꽤 있는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이 힘들긴 한데.. 그래도 힘 있을 때까지는 일해야지.. 집에 가만히 있으면 뭐 해.. 가만히 있으면 더 병 나..."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일의 의미에 대해 문득 다시 숙고해 보게 된다. 확실히 단순 밥벌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은 분명하리라.


한때는 출근하는 것이 지옥이었다. 오늘도 또 나가야 되는 생각에 도망치고 싶었다. 버스가 사고 나서 출근을 못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몇 년을 다녀도 적응이 안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출근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긴장감도 사라졌다. 내가 언제부터 편해졌는지 생각해 봤다. 아마도 나의 사고방식이 변화된 순간부터가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조급증이 있었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고 더 나은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몸은 회사에 있어도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어떠한 것이 계기였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출근할 곳이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위만 올려다보느라 보지 못했는데 주변에는 아직 취업을 못한 사람들,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도 '꽤 행복할 것들'이 많았다. 이곳에 취직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좋은 사람들과, 겪어보지 못했을 경험들, 그리고 사교적이지 않던 나는 어느새 사람 대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커 있었다. 공짜로 보낸 세월들은 아니었다.


학생일 때도 있었고, 무작정 퇴사를 하고 백수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잠깐의 백조 생활 후 지금까지 성실한 직장인으로 잘 버티고 있다. 어쩌면 나에게 그 짧은 백수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꾸준히 직장을 다니지 못했으리라. 학생, 백수, 직장인. 수많은 신분들 중 무엇이 가장 나았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직장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직장인이 짱이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그대가 무엇이든 그 상태가 최선이라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이니 거기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에 찌든 자신을 너무 애달파할 필요도 없다. 자기 연민에 휩싸이기에 우리는 아직 너무 젊고 청춘이 아깝다. 그러니 충분히 즐기고 마음껏 행복하라.




항상 회사보다 내가 먼저임을 기억하라


직장은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의 일생을 함께 하는 곳이다. 청년기에 입사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빠가 되고 이 과정들을 한 직장과 함께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래왔고 지금도 우리 중 누군가는 그 세월들을 밟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것이 무언의 미덕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회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매번 행운이 따르지도 않고 매번 불행만 따르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기고 하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고 그 고통들의 시간을 겪고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누구나 하는 것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는 말자. 어느 드라마 대사에서 그랬듯 회사도 사람이 다니는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견디지 못할 파도가 올 때는 버티지 말고 도망치자. 웃기게도 나는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라는 드라마의 명대사 하나에 꽂혀 미련하게 버틴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도망치는 맞았다. 버텨서 누굴 이길 것이며 나를 망치고 이긴들 무엇하리. 내가 있어야 회사도 있는 거다. 무슨 일이든 내가 먼저다. 그러니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온다면 무조건 도망쳐라. 도망칠 용기 따위는 필요 없다. 용기는 도망치고 찾아도 된다. 도망친 곳이 낙원이 아닐지는 몰라도 직장이 나를 죽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만큼의 이유는 없다.




오늘도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되길 기도할게요


우연한 계기로 아이유가 말하는 '행복'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이유는 "무표정한 행복도 있는 거다. 아무 일이 없으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행복'의 정의가 순식간에 확대되었다. 아이유가 말한 대로 저 상태도 행복이라면 세상에 꽤 행복한 사람들은 많을지도 모른다.

"저는 행복한 직장인입니다." 이런 멘트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비슷한 뉘앙스의 말은 들어본 적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 홍보영상에서 말이다. 직접적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행복과는 거리가 먼 세파에 찌든 얼굴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얼굴들이 그들 나름의 '행복' 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무사히 출근했고, 동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특별히 아무 일 없었다. 그 정도면 이제 우리 행복한 거라고 쳐도 되지 않을까.










요즘은 전보다 평탄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인가 이젠 그렇게 새로울 일도 놀랄 일도 크게 없다. 골 때리는 신입이 들어와도 한쪽으로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본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것 이것이 내가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하면서 얻은 재산이다.

직장생활에 대한 기댓값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어릴 때 꿈꿨던 이곳에서 평생 가는 좋은 친구를 만날 거란 비현실적인 기대도 없어졌고, 미생에 오 차장님 같은 상사를 만날 거란 기대도 없어졌다. 그저 나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람들과 모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 내가 맡은 업무에서 되도록 실수하지 않고 두 번 손 안 가게 처리하는 것.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직장생활이다. 나의 즐거움과 인생의 의미는 회사가 아닌 회사 밖의 삶에서 찾자. 모두 오늘도 별 탈 없는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라며 3개월 동안의 연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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