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불의에 맞서지 마세요

by 감성기복이

난 어릴 때부터 의리 있는 사람을 참 좋아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떠한 경우라도 바른말을 곧이곧대로 하고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세상 살아보니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아보니 나는 대나무가 아닌 갈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조 없는 갈대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회사가 선호하는 인재상은 대나무 같은 사람이 아니다


옛 위인전들을 보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끝까지 신념을 지킨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밥벌이가 칼보다 더 무서웠던가. 우리는 밥 먹고 살기 위해 때로는 나의 신념을 버리기도 하고 무수히 많이 타협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불의에 맞서는 사람은 쉽게 왕따가 된다. 아니면 퇴사를 해야 한다. 주변 동료들을 보면 자신이 퇴사를 맘먹고 윗사람들의 횡포를 터트리는 사례를 꽤 많이 봤다.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들도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 백번 이해 한다. 그런 생각 한 번쯤 안 해본 직장인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반면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일러 받치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이 있다.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하면 정말 피곤하다. 일 못하는 동료에 대한 불만과 부서에 대한 불만.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만의 틀이 있고 기준이 있다. 자신이 배운 게 맞다. 심지어 상사의 판단이 옳고 그른지도 자신이 매번 따지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월권이다. 그 사람이 그런 결정을 했으면 책임도 그 사람의 몫이다. 내 생각에 그의 판단이 틀렸더라도 그걸 가지고 화가 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리적이고 양심적인 문제가 얽힌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회에서 적을 만들지 말 것


직장 인간관계 80프로 이상은 퇴사하면 안 볼 사람들이다. 이렇게 잠깐 보고 말 사람들에게 굳이 내 이미지를 안 좋게 남길 이유가 없다. 나중에라도 그 사람 같이 일할 때 참 좋은 동료였지라고 미화된 기억 속에 남겨지는 게 낫다. 그리고 이건 조금 반대되는 이야기이지만 살아보니 세상은 참 좁다. 이젠 볼 일 없을 것 같던 사람도, 끝난 인연인 것 같던 사람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더라. 나는 아직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그런 경험이 정말 많다. 심지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세상 정말 착하게 살아야 하는구나를 많이 느낀다.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나의 대한 평판이 어쩌면 내 인생에 꽤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러니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라도 동료 사이에 손절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심지어 싸웠다 하더라도 끝은 화해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감정적인 사람이 되지 말 것


몇 년 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기분이 한결같을 수 없다. 눈뜨면 동고동락 하는 사람들에게 내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는 것도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무리 자제를 한다고 해도 어느 날은 예민할 수도 있고, 어느 날은 한없이 너그러울 수도 있다. 약간의 감정의 동요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가지는 말 것. 나 역시 참다 참다 감정이 확 올라와 동료와 대판 싸운 적이 있다. 그때는 관리자로서 내가 그 친구를 다그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몇 개월을 참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후회했다. 그 친구도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한 번 더 이해해 볼 걸 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별로 큰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 일이 컸던 게 아니라 그때의 나의 감정이 컸던 거다. 세상에 그렇게 크게 화낼 일도 없다. 내가 화를 내니까 그게 화낼 일이 되는 거다. 그 일을 겪은 후 한 템포 참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이러다 호구되는 거 아닌가 무서운 모습을 보여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내가 무서운 모습을 보여 분위기를 얼리는 것이 과연 팀의 성과와 단합에 뭐가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갈대같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지조가 있는 것은 너무 좋고 당연히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심지도 굳건해야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대나무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불의에 맞서지 말라는 것이 불의에 타협하라는 것은 아니다. 항상 지혜롭게 행동하자는 것이다. 회사에서 외로운 대나무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나의 감정을 잘 타이르고 남도 헤아려볼 수 있는 혜안, 말을 아끼며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회사에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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