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때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찌든 때 : 오랜 시간 들러붙어 지저분하고 잘 지워지지 않는 때
하루를 살고 나면 '낡았다'는 기분이 든다.
내 몸도 그렇고 내 기분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하루의 끝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낡아버린 듯하다.
오늘 화장실 곰팡이 청소를 하다가 비슷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도 참 찌든 때가 많은데.
이렇게 화장실 곰팡이처럼 화학약품 한 번에 싸악 지워져 버리면 좋을 텐데.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생의 찌든 때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곰팡이가 아닌 찌든 때라고 굳이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 펼쳐보는 책에 손때가 타듯이
내 삶도 내가 매일 펼쳐보는 격이니
손때는 물론이고 얼룩도 많이 생겼다.
'나'라는 일기장에 매일 무언가를 써 내려갔고
이제 꽤 두툼해졌다.
그만큼 내 찌든 때도 꽤 여러 겹 쌓였다.
오늘도 벗겨낼 수 없는 때를 한 겹 더 쌓았다.
궁금하다.
나중에 먼 훗날 뒤돌아 봤을 때
내가 지우고 싶었던 얼룩들이, 이 찌든 때들이
어떤 조명으로 나를 비추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