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not a Simmons bed
"저는 코스모스 같은 사람이에요"
"무슨 의미죠?"
" 코스모스는 아무리 강한 비바림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 뿌리가 뽑히지는 않아요. 저도 멘털이 굉장히 약하고 환경에 휘청거리지만 절대 뿌리는 뽑히지 않아요."
종종 다른 일을 할 때 라디오처럼 굳이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되는 것들을 틀어 놓는다. 주로 토크쇼나 인터뷰 같은 영상들을 틀어 놓는다.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만 들을 때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무래도 두 개의 감각으로 분산될 신경이 하나의 감각에 쏠리기 때문인 것 같다. 어제도 여느 때처럼 한 의사 선생님의 인터뷰 영상을 틀어놓고 듣고 있었는데 한 대목이 귀에 꽂혔다. "코스모스 같은 사람"
코스모스
'코스모스' 그저 생각만 해봐도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굉장히 길쭉한데 비실비실한 모습으로 한쪽으로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져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 그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멘털을 이런 코스모스에 비유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시 한 편이 생각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Life is not a Simmons bed
삶은 '시몬스 침대'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같은 것은 애초부터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 값이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없이 흔들리면서 내 마음속의 스프링을 좀 더 단단히 하는 것뿐이다. 한참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되어도 같다. 스프링이 단단해져 겉으로 보기에 흔들리는 것이 티가 덜 날 뿐이지 그 탄성의 성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죽는 날까지 흔들릴 것이다.
누구나 삶의 이상은 '시몬스 침대'이지만 현실은 '코스모스' 다. 하지만 좋다. '코스모스 같은 삶' 글로만 적어봐도 매력적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인생도, 정신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도 어떻게 항상 한결같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것들이 결코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것들이 뿌리 뽑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렇게만 살아도 세상은 꽤 감동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