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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09. 2022

나를 무너지게 하는 직장

직장은 자존감의 영역

나를 무너지게 하는 직장



나는 직장 생활이 힘들 때마다 유튜브를 많이 찾아본다. 조연을 얻으려고 보는 것도 있고, 괜히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찾아보면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다. 수많은 영상들 중에서도 나는 김미경 강사님의 영상을 꼭 챙겨 보곤 한다. <헬직장 생존법> 이라고 직장 생활 문제에 관한 주제로만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다가 나를 멈추게 했던 부분은 '나를 무너지게 하는 직장' 이라는 말이다. 과연 직장에서 안 무너져본 사람이 있을까? 난 수도 없이 무너져 봤고 지금도 무너지는 중이다.






자존감과 직장의 영역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좀 더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이게 밖으로의 욕구라면 자존감은 좀 더 안으로의 욕구다. 내 안에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자존감은 아이러니하게 바깥에서 받는 자극들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내가 속한 집단 안에서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느낄 때 자존감은 올라간다. 반대로 그 집단 안에서 나의 역할이 없다고 느낄 때 자존감은 곤두박질을 친다.

자존감은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래서 학생의 경우에는 성적과 친구가 곧 나의 자존감이며, 성인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가 자존감이다. 전업주부의 경우 그분들의 사회는 가정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자존감이 올라간다. 물론 번외로 돈이 자존감인 사람도 있다. 직장인이건 프리 랜서건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필연적으로 job이라는 걸 갖게 된다. 자존감이란 벤다이어그램 안에 일이 존재한다. 이것은 곧 일이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도망치라는 신호

나의 페르소나는 여러 가지다. 일하는 나. 혼자일 때의 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 이 중 우리가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곳에서의 페르소나가 지켜지지 못하면 전체적인 '나' 라는 페르소나 위태로워진다. 나도 직장에서 맨날 혼나고 구박만 먹을 때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순전히 일적으로 잘못한 것에 대한 피드백이라면 그건 나의 자존감을 무너지게 한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무너지더라도 결국 내가 발전하는 길일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일' 이 아닌 ' 기분 '을 건드릴 때다. 사람들은 모두 감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이 지금 나를 일로써 지적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을 트집 잡아 '나'를 잡는 것인지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분명 일에 대해 말하는데 이상하게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다. 집에 두고 온 나의 성격까지 욱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를 꾹꾹 참는다. 결국 화병이 되고 시간이 오래되면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도 오는 경우도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우리는 일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얼마 전 회사원들의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 출근하는데 차가 제 쪽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나서 출근을 못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보는데 무서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이런 경우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퇴사하는 게 맞지만 사실 나도 매일 이런 마음으로 그만두지 못하고 다니는 처지이니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도 똑같다. 다음날 출근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오고 그 사람이랑 일할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나도 알고는 있다. 이건 빨리 도망치라는 신호임을.





퇴사 준비는 지능순

퇴사는 지능순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퇴사에 대한 결심을 한층 더 확고히 해주는 말인 거 같다. 그런데 나는 이걸 좀 더 풀어서 설명하고 싶다. 퇴사는 지능순 이라는 이 말을 현명한 사람은 자신을 회사에 기대지 않고 좀 더 일찍 퇴사를 준비한다는 뜻 으로 말하고 싶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회적으로는 안전할지 몰라도 내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불안전한 곳이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밤을 보낼 때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날지 몰라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하루의 8시간을 그러고 있는 거니까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는데도 저녁이 되면 온몸의 기력이 다 빠지는 게 당연하다. 맹수를 안 만날 수는 없다. 운이 나쁘면 만나는 거다. 그러니 똑똑한 우리들은 이 위험한 섬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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